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이 벌어지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전제아래
몸서리쳐지는 만행들이 공공연히 저질러졌다.

그래서 일찍이 어느 철학자는 "전쟁은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
행위"라고 갈파했다.

특히 제1차대전이후 당시 패권다툼에 혈안이던 강대국들은 생화학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제네바조약에도 불구하고 세균이나 독가스를 이용한
무기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악마부대" "이시이부대" 등으로 불렸던 일본
제국주의의 731부대다.

이 세균전부대는 1933년 관동군 방역급수부대로 창설되어 세균배양 등을
은밀히 연구하다가 1938년에 이시이 신타로 중장이 부대장으로 취임해
본격적으로 세균무기개발에 착수하면서 생체실험 등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던 중국인 한국인을 비롯해 백계 러시아인
만주인 일본인 사회주의자를 붙잡아 만주 봉천 근처의 731부대에 가둔뒤
이들에게 페스트 탄저균 콜레라 등 각종 세균을 주입하고 병세를 관찰했다.

이밖에도 혹한의 겨울에 알몸뚱이로 묶어놓고 동상에 걸린 피부가 어떻게
썩어가는지를 실험했으며 심지어는 산 사람을 해부하는 등 이들이 저지른
극악한 만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본말로 통나무라는 뜻인 "마루타"로 불리며 생체실험으로 희생된
사람들수가 적어도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렇게 개발한 세균과
신경가스 등을 만주와 중국 각지에 살포했다는 증거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한 예로 당시 중국주둔 일본군장성의 일기에서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대본영의 지시에 따라 세균전이 자행됐다는 기록이 최근 발견됐다.

그럼에도 이들 전쟁범죄자들은 세균무기개발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미군에 넘겨주는 대가로 일체의 처벌을 받지 않고 전후 일본사회의
각분야에서 활동을 계속했다.

몇해전 일본에서 AIDS균에 감염된 혈액을 재료로 혈우병 치료제를
대량으로 만들어 팔아 큰 사회문제를 일으켰던 제약회사 임원이 바로
731부대원 출신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광복 52주년을 맞아 일본의 전쟁범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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