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14일 단행한 통신요금조정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생존능력 강화라는 자율화취지를 살리기에는
크게 미흡한 감을 준다.

객관적인 원가검증도 없이 "적자"라는 이유만으로 시내전화와 시내
공중전화요금을 각각 8.2%와 25%씩 인상한 것도 그렇고, 요금인하 여력이
충분한데도 시내.국제.이동전화 요금을 9.3~12.7%밖에 내리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이번 통신요금조정은 내년으로 다가온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 시장구조개편
공정경쟁확립과 더불어 통신요금체계재편이라는 신통신정책의 3대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여느때와는 달리 큰 관심을 끌어왔다.

국내 통신요금체계의 개편은 시장개방후 외국 업자들이 시외 국제전화
분야에서 "단물"을 빼갈 소지를 미리 없애는 동시에 국내 사업자들에게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효율성제고의 동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단 그 필요성이 인정돼온 것이 사실이다.

또 서비스별 요금과 원가의 괴리현상을 시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측이 제시한 전화사업 원가구조를 보면 시내전화와
시내 공중전화의 경우 원가보상률이 각각 82.7%와 65.3%에 지나지 않는데
반해 시외 국제전화는 각각 1백43.7%와 1백45.7%에 이르러 요금구조의
왜곡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신요금조정은 철저한 원가검증 없이 당초의 예정과는
달리, 대선전에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서둘러 단행된
감이 없지 않다.

데이콤은 오래전부터 한국통신의 시내전화부문이 계산상의 적자일뿐
실질적으로는 흑자라는 주장을 펴면서 정통부와 한국통신측의 원가계산방법
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데이콤 주도로 제2시내전화 사업권을 따낸 하나로통신은 지난 6월
사업자선정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한국통신보다 훨씬 더 우수한
다기능 최첨단 시내전화서비스를 하면서도 통화료는 5% 싼 3분당
39.5원을 받겠다고 약속했었다.

정통부는 시내전화 요금인상에 앞서 이같은 원가논쟁에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답변을 내놓았어야 했다.

정통부가 이같은 절차를 무시함에 따라 이번 요금조정은 소비자위주라는
명분과는 달리 기존사업자의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또 이동전화부문에서도 사업자간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대신 정통부 주도의
제한경쟁적 요금체계를 고집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요금조정에서 또하나 지적해야할 것은 통신요금은 대표적인
공공요금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원가개념을 강조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시내전화와 공중전화는 어느나라든 "보편적 서비스"라는 원칙아래
누구나 큰 부담없이 쓸수 있도록 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요금조정에서는 원가개념과 보편적 서비스정책과의 조화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