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 나태하고 무능한 행정으로 아파트입주민 자녀들이 학교다니는
일이 고역이다.

문제가 된 지역은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지구.

벽산 등 6개 건설업체들이 민간개발로 모두 1만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내년말까지 입주를 끝낼 예정이다.

민간업체들이 개발한 지역이지만 3만4천명의 인구가 들어올 중규모급
택지개발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인근 수지 택지개발지구보다 오히려 크다.

입주현황은 지난 6월말 벌써 2천9백가구가 입주한데 이어 올 연말까지
3천2백79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또 내년 12월엔 4천6백49가구가 들어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지내 학교시설이 전혀 없어 입주민의 고통을 예고하고
있다.

2부제의 콩나물 학급 편성에다 거리가 먼 성남등지로 어린이들이 통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입주민 강현정(34.여)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첫애가 급하게 학급을 늘린
인근 대지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연말부터 2부제 수업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쾌적한 환경을 바라며 이사온 당초 계획이 벌써 이그러지는
것 같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용인시는 지난 94년 취락지구개발이라는 방법을 동원해 건설업체에 아파트
건설을 승인하면서 초등학교 3곳을 비롯 중학교 2곳 고등학교 2곳을 업체가
매입해 기부채납하는 조건을 달았다.

건설업체들은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사업추진 과정에서 학교부지 매입을
기피한데다 용인시도 감독을 게을리해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시 교육청만 동분서주 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교육청은 인근 대지초등학교의 기존 9개반을 19개반으로 늘리고 연말까지
28학급으로 증설할 계획이지만 유입인구를 감안하면 2부제 수업은 물론
수용조차 불가능할 전망이다.

교육청은 궁여지책으로 성남시와 분당구등과 긴급협의에 나서 여유학급에
편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더욱 고조될게 틀림없다.

유배근 관리과장은 "올연말까지 초등학생 1천5백61명, 중학생및 고등학생
1천3백30명등 모두 2천8백73명이 유입될 예정이어서 걱정으로 하늘이
노랗다"고 하소연했다.

교육청은 용인시의 무대책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입주대상자들의 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교가 없으니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라고 통보했을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문제 해결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당초 평당 1백만원대에 매입할 수 있었던 대상부지가 지금은 2백만~
2백50만원에도 지주들이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강지상 건축1계장은 "초등학교 부지 2개소 매입은 거의 성사되는
등 부지매입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중"이라며 "끝까지 매수에 응하지 않는
토지는 수용등 모든 방법을 다해 조기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