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9년에 태어난 변종원씨는 부인 이지연씨보다 늘 한살 많았다.

그래서 변씨는 군대를 다녀오고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에도
직장생활을 2년가량이나 하며 이씨를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이씨는 삼수끝에 명지대 산업디자인학과에 들어갔고 졸업후에는
1년간 모업체 디자인실에서 일했다.

그러던 어느날, 두사람은 조금씩 소모돼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자신을
채울 새로운 것을 찾기로 마음 먹는다.

때마침 문을 연 것이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두사람은 20년도 훨씬 넘게 기다렸던 서로의 반쪽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시간표도 똑같이 짜고 숙제도 늘 함께 하면서 두사람은
사랑을 쌓아 갔다.

3학기째, 해외연수를 가야 했던 두사람은 더이상 서로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부부가 됐다.

그보다 먼저 그들은 늘 제자들을 애정을 갖고 대하던 겸손한 영국인 브라인
프리슬리 교수로부터 유명한 포장디자인 공모전인 "스타팩"에 출품해 볼
것을 권유받는다.

그리고 그들이 출품한 작품이 각각 금상과 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교환
학생으로 가 있던 독일에서 듣는다.

현재 소득이 전혀 없는 이들은 남편인 변씨의 부모님댁에 얹혀 살며
호시탐탐 독립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내년 2월 졸업하면 우선 실력도 쌓고 자금도 모은후 산업디자인전문회사를
직접 차릴 계획이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