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수입은 느는데 수출이 제대로 불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시장 공략법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고 있다.

기존의 마케팅전략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마케팅의 미세조정(fine-tuning)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오세조 연세대 상경대교수가 "한경경영강좌"의 일환으로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범세계적 마케팅전략의 변화추세를 점검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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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케팅의 전반적인 흐름과 그에 따른 유통의 중요성, 그리고 할인
업태의 혁신방향과 그것이 우리기업에 주는 전략적 시사점을 살펴본다.

<> 현대 마케팅의 흐름과 유통의 중요성

1929년 미국공황때 두가지 기억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월트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등장시켜 암울한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매업 분야에서 각광을 받는 슈퍼마켓
의 등장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두가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건강전문가인 황수관박사가 건강비결로 웃음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할인업태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건강하기 위해서는 웃어야 하고 경기가 좋지 않은 때일
수록 경영혁신은 오히려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태도가 변한다.

우선 가치지향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물건을 살 때 자기의 돈가치를 곰곰 생각한다.

자기가 받는 혜택과 지불할 비용을 비교하여 가치지향적 구매태도를
취하게 된다.

가격에 보통 소비자들보다 더 민감해지는 부류도 있게 된다.

마케팅에 새로운 사고와 기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고객지향적인 사고다.

고객의 만족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조 도매 소매 물류관련 계열사 협력사 등 마케팅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전 구성요소들이 힘을 합쳐야만 시너지효과를 이뤄낼 수 있다.

전반적인 차원에서의 시스템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매스 마케팅시대였던 반면 최근까지는 타깃 마케팅이 주류를
이루었다.

앞으로의 마케팅은 퍼스널 마케팅이 될 것이다.

타깃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 각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개발 광고 판촉 유통서비스 등이
요망된다.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이 필수적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교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할인업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경험이 많지 않다.

외국의 할인업태가 들어올 때 경쟁자가 없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본에는 구미 업체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기업 스스로가 월마트나 카르푸와 유사한 업체를 만들어 시험가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업태에서는 제품 개별의 상표충성도를 강조하기 보다는 자사의 상품
구색을 더 강화하거나 자사의 상표를 개발하여 자사 자체의 이미지를 강화
하고 싶어한다.

소매상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강점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많이 사고 어느지점에서 발을 멈추는지를 알고 있다.

소매와 제조업체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미국은 이미 소매쪽으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우리나라는 제조에서 소매로 중심이 이전되고 있는 단계이다.

<> 할인업태의 혁신 방향

소매업태중에는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백화점류와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슈퍼마켓류가 있고 이 두가지는 선진국 후진국 구분없이
모두 있다.

할인업태는 이들 두 업태의 중간에서 주어진 돈을 가지고 자기 삶의 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생성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1962년에 월마트가 생겨났고 처음에는 비식품만 취급했다.

월마트의 강점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1달러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점이었다.

또 하나는 인적자원, 즉 종업원을 중요시했다.

고객과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에서는 엠플로이라는 말대신 어소시에이트를 쓴다.

이익은 투자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분배한다.

퇴직시에 자기 몫을 받아가게 된다.

외부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내부고객인 종업원이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월마트사의 경영철학이다.

그러한 비식품 할인점인 월마트가 승승장구하던 시기가 가고 90년대 이후
에는 이들이 슈퍼센터로 바뀌고 있다.

슈퍼센터는 비식품에 식품을 추가한 형태다.

지금까지 생존을 위한 업태인 슈퍼마켓이 식품취급 전문업태로 차별화되어
있었으나 최근 슈퍼센터가 식품을 추가로 취급함으로써 이들 두 업태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국내경기가 좋지 않고 일부 경쟁력이 일본에 밀릴 때,
두가지의 소매업태 혁신이 일어났다.

하나는 회원제 도매클럽(멤버십 홀세일클럽)이고, 다른 하나는 카테고리
킬러였다.

회원제 도매클럽은 프라이스 클럽, 샘스 클럽 등이 있다.

이 업태는 8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가 위주의 상품을 구성하고, 창고에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물류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회원제 도매클럽이 주춤하고 있다.

상호간 경쟁의 심화, 회원제에 대한 거부반응.

너무 넓은 면적으로 인한 불편, 제품 구색의 부족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한편 카테고리 킬러는 할인점과 백화점을 공격대상으로 한다.

완구 사무용품 의류 등의 단일품목을 백화점이나 할인점보다 더 싸게
판매한다.

프랑스에서는 하이퍼마켓이 나타났다.

60년대에 취업여성이 늘어나면서 매일매일 상품을 구매하던 형태에서
1주일 단위로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자동차와 냉장고 보유도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에 편승해서 탄생한 것이 카르푸였다.

카르푸의 기본개념은 원스톱 쇼핑이다.

식품 비식품 내구재 등을 함께 취급하며, 어떤 경우에는 쇼핑센터의 키
테넌트가 되어 그 속에 전문점 식당 오락시설 등과 공존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기존 중소업체와의 갈등 때문에 카르푸나 대형업체에 대한
규제가 심했었다.

이때문에 카르푸는 60년대부터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유럽 중남미 대만 등에 이미 성공적으로 진출하였고, 한국 일본 중국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하이퍼마켓 카르푸는 미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미국에서는 업태들이 명확하게 차별화되어 있어 모든 상품의 원스톱쇼핑에
강점이 있는 카르푸의 의미가 반감되었기 때문이다.

<>외국 할인업태에 대한 대응방안

외국의 할인업태들은 이미 국내에 상륙해 있거나 앞으로 계속 상륙해 올
것이다.

이들에 대해 막연한 걱정보다는 철저한 분석으로 대비해야 한다.

제조업체는 제조를 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소매상의 사업을 도와주고
키워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 이전에 제품력에 대한 충분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제조업체도 소매상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동의 촉진 지원 분위기연출 가격결정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
진다.

우리 경제가 어렵고 유통업의 혁신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속에서 우리
유통기업들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매우 높다.

소매와 유통의 불협화음은 양쪽 모두에 불리하다.

서로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비용을 절감시키고자 노력할 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 약력 ]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
<>미국 신시내티대학 마케팅박사
<>미국 보스턴 대학 및 신시내티 대학 교환교수
<>현재 연세 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교수
<>한국유통학회 편집위원장
<>유니세프 한국마케팅위원회 위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