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모두 공짜선물을 바라니까.

정부가 항공규제를 완화하면 박수를 치고 환호하지.

항공요금을 내려도 좋아하고.

하지만 항공사들은 원가를 줄여야해.

기내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그것만 그렇담 좋아.

직항노선이 줄어들고 경유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네.

그것도 좋아. 그래도 항공사는 원가를 더 줄여야해.

항공기를 예전보다 더 오래 운항해야 하고 새 모델 구입을 줄일 수밖에
없지.

항공기는더 낡아가고....

그렇게 하는데도 원가절감압박은 계속되거든. 어디서 더 줄여야할까.
정비 부품 뭐든 다 줄여야 해..."

"항공사들은 감시하는 기관이 없으니 정비를 소홀히 하고....

그동안 항공기가 안전했던 것은 안전한 비행기를 위해 사람들이 돈을
냈고 감독을 잘 하라고 돈을 냈기 때문이야.

그런데 요즘은 모두 공짜만 바라고 있어..."

"결국에는 어떻게 될까요"

"내 백달러를 걸고 말하겠는데, 10년내로 다시 규제를 강화할걸세.

추락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 그때서야 정신 바짝 차리고....

지금은 자유시장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사실 자유시장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해.

안전한 식품을 원하면 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안전한 물을 원하면
환경보호청에 의존해야 하고, 안전한 항공기를 원하면 규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네. 두고 보게, 그렇게 될 테니까"

항공기사고를 다룬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에어프레임"에서 미국
최고의 항공안전전문가가 항공기품질보증부의 임원과 나눈 대화이다.

항공기사고에 의한 사망률은 자전거를 타다 죽는 사망자보다도 훨씬
낮다고 한다.

그런데 레이건정부때의 규제완화이후 요금덤핑이 시작되면서 사고위험성은
더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어떤 사태를 몰고올지 모른다.

경제적 행정규제는 확 풀어야 마땅하지만 안전등과 관련된 사회적 규제는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마이클 클라이튼의 경고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10대 항공사에 속하지만 우리나라는 항공안전에 대한
어떠한 전문조직이나 법적체계도 소홀하기 짝이 없다.

정신차릴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