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은 오로지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국정을 수행,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받들어지고 싶다는 야망을 가진 민족주의자여야 합니다"

대선주자들에게 예비시험을 치르게 하자고 신문광고를 낸 화제의 중소기업
인 (주)가우디의 배삼준(46) 사장.

배사장은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이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치판의 이전투구가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 기업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더이상 현재의 정치판을 방관할 수 없어 의견
광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선후보에 대한 국민공개질의서 모집'' 광고에 무려 1만여명이
참여하자 무척 고무된 상태이다.

내친 김에 질의서를 보낸 사람을 회원으로 해 (가칭)바른사회 바른정치
추진운동본부를 조만간 발족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부정선거감시운동에서부터 자연보호운동, 사회부정부패 적발 및
고발운동 등을 주로 수행하게 된다.

[ 만난사람 = 류성 유통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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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시면서 수시로 신문에 의견광고를 게재하느라 바쁘시겠습니다.

기업하시는 입장에서 신문의견광고로 인해 겪게 되는 희비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를 제외하고라도 우리 직원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선후보에게 질의할 대국민제안 질의안건 모집공고를 각 신문에 낸
후 무려 1만여명 이상이 팩스 등을 보내와 10여명의 직원들을 각부서에서
차출하여 같이 밤낮으로 한달가량 자료분석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사실 정부로부터의 압력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습니다.

일부 관할관청에서는 우리회사의 각종 관련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해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며칠에 한번씩 수시로 진행과정을 조사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신한국당 대선후보가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대선경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차기 대통령감으론 어떤 유형이 적합하겠습니까.

"우선은 경영이나 회계를 조금은 아는 분이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거대한 기업입니다.

대통령은 최소한 세입은 세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정부사업진행에 있어서는 인건비 소모품비 용역비
등을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을 찾는 슬기와 능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한점
부끄럼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큰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여 큰 업적을 남겨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선적으로 대통령은 민족주의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잇단 대기업들의 부도로 한국경제가 침몰위기에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얼마전에는 재계 8위라는 기아마저 사실상 부도가 났는데.

"우선 최고경영자가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안타까움없이 무책임
하거나 무사안일하게 경영을 했기 때문에 부도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의 나태한 사업자세가 오늘의 경영위기에 크게 일조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금융기관들은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는 대기업에 대출하는 금액에 비해
몇만분의 1도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를 들먹이면서 일방적으로
거절하는게 다반사입니다.

이제 금융기관도 변화돼야 합니다.

까다로운 규제보다는 그 기업의 운영능력은 있는지, 오너의 사업능력은
어떤지,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철저히 분석해 기업
신용평가에 전폭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이 중소기업을 운영하기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어려운 나라라는
자조적인 말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제일 큰 어려움은 부가가치세의 세율이 현실적으로 너무 높아 실제
매출대로 신고할 수 없어 회계처리상 골치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언제나 무소불위의 세무서라는 고양이앞에 이 땅의 중소기업은
영원한 쥐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둘째는 은행의 대출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권위주의적이어서 자금융통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헤아릴 수 없는 각종 보험료 협회비 급행료와 고가의 임대료
등으로 정작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너무도 버겁습니다"

-배사장께서는 직원들에게 도덕적인 훈시를 많이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덕이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좋은 방안은 없을까요.

"갑자기 주위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자 그 덕에 큰 노력없이도 거액의 돈을
벌거나 부동산값이 폭등해서 벼락부자가 되는 사례가 지금껏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러한 그릇된 사회문화는 바르게 살려는 사람들마저 자신의 무능함을
비관하게 하며 아무렇게나 돈만벌면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총체적 사회타락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적으로 흠이없는
국정최고책임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회정화운동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특히 혼란과 폐해가 최소화되는 선에서 과거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데
온국민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한국의 미래상은 어떤 것입니까.

"정치인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정에서는 가장의 권위가 바로 세워지고 자녀들이 가장을 존경하는
가정문화가 이룩되어야 합니다.

또 기업을 충심으로 도와주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청소년들의 밝고 건전한 생활태도가 자리잡혀갈 때 우리조국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