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그룹의 전격적인 회장 교체는 "오너"체제로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키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원은 대주주가 경영을 좌지우지하기보다는 경영노하우와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이 그룹경영을 총괄하는 체제를 구축, 21세기에
초우량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포석이라고 회장교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올들어 미원그룹과 세원그룹의의 흡수합병, 식품분야 계열사 통폐합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와 현재 마무리단계에 있다.

임창욱 회장이 주도해온 이같은 사업구조의 고도화작업이 완료돼 감에
따라 재창업의 의지를 굳건히하기 위해 그룹의 경영체제를 바꾸었다는게
미원그룹의 공식적인 발표다.

임창욱 회장도 8일 사장단회의에서 "대주주가 회장을 맡아 자의적으로
경영을 총괄하는 것보다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적이고도
민주적인 경영체제가 구축돼야만 우량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회장직을 사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홍 창업회장, 임창욱 회장, 임성욱 부회장등 임씨 일가는
원로경영인들과 함께 경영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그룹의 비전제시,
사업구조조정과 관련된 조언, 기타 경영상 중요한 정책등에 대한 자문에만
응하게 된다.

그룹경영은 전적으로 고두모 회장을 중심으로한 전문경영인들이 맡게 됐다.

미원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은 그런 점에서 재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루어진 대림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전환과 함께 경영구조 개편의
바람을 몰고올 수도 있다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미원의 공식적인 설명과 달리 회장교체를 (주)미원과 대상공업
(전 세원)의 흡수통합과 연관지어는 보는 시각도 있다.

임대홍 창업회장은 장남 임창욱 회장이 맡고 있던 미원그룹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지난 3월 차남 임성욱 부회장이 경영하던
세원그룹과 통합을 단행했다.

세원그룹은 라이신경기의 호황으로 미원그룹과는 달리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미원과 세원의 통합은 미원이 세원에 흡수되는 형태여서 한때는 임성욱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대권을 넘겨받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세원그룹 임성욱 회장은 나이가 이제 서른으로 아직 대그룹의
회장을 맡기에는 경영수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원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임성욱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마칠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