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에 몰린 기아그룹의 정상화 해법이 세번째 열린 채권금융단
회의에서도 제시되지 못한채 꼬여가고 있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채권단은 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오는 9월29일까지 부도처리는 유예해주되
김선홍 회장과 계열사대표 이사들의 사표를 포함한 경영권포기각서와 인원
급여감축 등에 대한 노조의 동의서 등을 제출하지않으면 긴급자금지원은
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가장 큰 걸림돌은 제3자인수여부에 대한
시각차이다.

기아측은 세간의 소문대로 제3자 인수방식을 통해 특정기업에 넘기려는게
아니냐는 채권단은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고 채권단은 현 경영진과
노조로는 과감한 자구노력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서로 신뢰를 하지않는 결과인 셈이다.

정부도 이날 기아글부을 특정기업에 의한 제3자인수 등을 사전 논의한바
없고 앞으로도 개입할 의사나 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현실적으로 현정부
아래서는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충분치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지지부진한 기아사태 해결에 정부역할을 적극화 시킨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있다.

실제로 정부는 기아측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통한 제3자인수까지도 검토할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런
해석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는 기아그룹처리해법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않을까 우려한다.

형식상의 논리나 모양새를 따지기 이전에 실질적으로 기아그룹, 좀더
범위를 좁힌다면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킬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데
좀더 노력해야한다고 본다.

이를 풀어가는데 가장 선봉에 서야할 측은 기아그룹이다.

이유야 어쨌든 부실경영의 책임은 은행이 아닌 기아의 경영진과
종업원들에게 있기 때문에 채권단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임금 인력감축은
물론 계열기업과 자산정리등 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강성으로 지목받고 있는 기아노조의 자구노력 거부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되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채권단도 이러한 자구노력이 전제된다면 기업회생에 필수적인 금융지원등에
보다 신축적으로 대응해 정상화를 앞당겨야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할일이 많다.

대기업부도에 따른 하청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로 자금경색이 심각하고
금융기관마저 동반부실이 우려되 신용공황으로까지 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민간 자율만을 강조하는 것은 책임회피나 다름없다.

물론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 대로 각본에 의한 정부주도의 산업구조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건전한 기업까지 쓰러지는
부작용은 막아주어야 한다.

기아문제는 특정기업파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의 신용추락으로 이어질 위기상황이다.

기아그룹의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이를 전제로한 채권단의 실질적
지원결정이 조속히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