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전문 생산업체 서전의 디자인실에 근무하는 조성호(31)대리.

입사후 눈이 나빠진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안경테를 쓰고 다닌다.

그는 "막상 안경쟁이가 되고 보니 안경 쓰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돼 안경테를 디자인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조대리의 일은 개당 가격이 3백~4백달러나 하는 수출브랜드 "코레이"를
도맡아 디자인하는 것.

미국 일본은 물론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세계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고 있는 코레이 안경테 대부분이 그의 손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뒤 지난 90년 입사, 만 7년째 안경테를
디자인하고 있는 그는 국내 1급의 안경테 디자이너가운데 한사람이다.

"처음 디자인실에 들어와 스케치한 것들은 지금 제가 봐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너무 원칙적이랄까요.

흔히 안경 디자이너들이 하는 말로 가시가 많이 돋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선도 상당히 자유롭게 쓸 줄 알게 됐고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도 능숙해졌습니다"

보통때라면 그는 하루평균 한두점 정도의 안경테를 디자인한다.

그 가운데 상품화되는 것은 많아야 한달에 두세가지 모델.

"지금까지 스케치한 것만도 수천가지는 될 겁니다.

그중 실제 제품으로 태어난 것은 1백50여종 정도지요.

20여개 모델은 지금도 계속 리메이크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회사가 새로운 브랜드를 계획하고 있어 줄야근을 하며 매일
대여섯점씩을 그려내고 있다고 전한다.

몇년전부터 디자인실에 캐드캠 장비가 들어와 있지만 그는 아직도 손으로
작업할 때가 많다.

부분부분 자세히 나타내야 할 때는 컴퓨터가 낫지만 컨셉트를 잡을 때는
수작업이 더 편하다는 얘기다.

"컴퓨터를 쓰면 왠지 틀에 박힌 디자인이 나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때때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디자이너라면 피할 수 없는 일.

그럴때면 산책도 하고 전시회에도 가는 등 자신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는 장차 안경테뿐 아니라 토털 패션으로도 영역을 넓혀갈 계획을 갖고
있다.

"필립스사의 제품은 독특한 선들을 갖고 있는데 이를 "알렉시 라인"이라고
부릅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렉시처럼 저만의 색채를 갖고 싶습니다"

일에 파묻혀 사느라 옆구리가 허전한지도 모른채 서른을 넘겨버린 그는
"올해는 꼭 사랑을 찾겠다"고 말한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