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교차로" "가로수" 등 무가생활정보지에 이어 새로운 형태의
스트리트 저널리즘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잡지형식의 스트리트 매거진과 타블로이드판의 스트리트 페이퍼.

이들 무가잡지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대학가와 시내중심지의 카페
미용실 레코드숍 수영장등에 깔린다.

먹고 마시는것 입는것 노는것 등에 대한 생생한 정보들이 여과없이 실려
있어 젊은이들의 반응이 좋다.

스트리트 매거진이 갖고 있는 최대의 메리트는 뭐니뭐니해도 공짜라는
점.

"공짜는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과
그래픽으로 젊은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편집방식도 매우 모험적이다.

기성잡지에서 구사되지 않는 파격적인 레이아웃이 이뤄지고 있다.

본문을 장식하는 사진과 그래픽은 물론 광고마저도 신세대들의 톡톡튀는
감성을 자극하지 않으면 절대사절이다.

여기에다 고등학생 대학생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진짜 필요한
"언더그라운드 "한 정보까지 실려있다.

이를 테면 어떤 골목에 좋은 분위기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든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실력있는 극단의 공연이 모 소극장에서 열린다는
정보다.

청소년 대학생 신세대직장인을 위한 무가잡지로는 "인서울메거진"
"페이퍼" "붐" "박스" "굿타임즈" "뉴스인서울" 등이 있다.

이중 인서울메거진은 94년 8월에 창간된 스트리트 페이퍼의 효시.

인서울메거진, 페이퍼, 붐이 선두그룹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그만그만
하지만 그런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스트리트 페이퍼들의 광고단가는 전면의 경우 1백만~3백만원에 이른다.

유수잡지의 한쪽면 광고비와 비슷한 가격이다.

광고주들은 정확한 대상을 향해 쏘아대는 타깃광고가 가능하다고 판단,
무가지를 적극 이용한다.

패션 화장품 음반 맥주 영화 연극 음식점광고가 주종을 이룬다.

한 청바지회사는 광고게재후 3백여건이던 인터넷홈페이지 조회건수가
10배이상 늘어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10대청소년을 위한 "꾸오레" "박스" 등이 선보이고 있다.

10대들의 관심거리인 스케이트보드 백댄서 포켓볼에 대한 상세한 소개,
흡연 가출 촌지 자위 피임 등에 대한 10대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철없고 유치하며 금기사항을 뛰어넘는 내용들이지만
청소년의 생각을 그들만의 매체로 담아내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무가잡지는 기성언론이 충족해주지 못하는 정보와 감각을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기성언론이 보도하는 과장되고 정제된 정보는 싣지 않겠다는게 발행인들의
하나같은 목소리.

그래서 스트리트 페이퍼는 덜 유명하지만 정말 실력있는 가수,
초년병이지만 육감좋은 모델, 이질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사진작가
등이 데뷔한다.

때로는 이들이 기성언론으로 발을 들이는 길목의 역할도 하고 있다.

좀더 심도깊은 언더그라운드문화의 산실이 되고 있다.

또한 신세대들의 다양한 문화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 긍정적이다.

반면 왜색 문화에 대한 동경을 부추기고 먹고 마시고 입고 노는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면키 어렵다.

소비문화를 문화의 중심으로 단정하는 스트리트 페이퍼의 편집방향은
중용의 도를 잃고 저급한 키치문화와 귀족적인 문화등 양극단의 문화를
제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