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부터 시행된 4단계 금리자유화조치는 금융시장에 일대 변혁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금융산업의 진입장벽 완화, 업종간 업무영역 확대등과
맞물려 금융권의 빅뱅을 가속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은행권과 제2금융권은 단기수신시장의 쟁탈권을 놓고 한판 대격돌에
들어갔다.

0.1%의 이자율에도 꿈틀거리는 단기시장의 성격에 비춰볼 때 한발짝이라도
삐끗하면 천길 낭떠러지다.

빅뱅은 우선 "금리파괴"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은행의 저축성금리는 이미 10%를 넘어섰다.

금리경쟁은 필연적으로 금융기관의 영업망 확장과 경영수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반해 수요자들은 금융기관들로부터 보다 양질의 서비스와 높은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금융기관에 예금을 넣은 이들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으면서
나날이 이자가 불어나는 흐뭇함을 맛볼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금융계는 이번에 금리가 자유화된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저축예금
자유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시장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예금은 6월말현재 수신잔액이 무려 50조원에 달하고 있으나 자유화
이전까지 연금리가 3% 수준에 불과, 재테크용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따라서 이런 통장들은 집에서 가깝다든지 직장거래 또는 친지의 권유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일게다.

그러나 연 10% 안팎의 고금리가 주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것도 정기예금이나 신탁상품처럼 일정기간 묵혀두는 것과는 달리 필요할
때마다 돈을 찾고 넣을수 있으며 고금리가 보장된다면 말이다.

4단계 금리자유화에 따라 각 금융기관이 긴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영업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50조원의 자금이 요동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양상은 당연히 경쟁의 격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후발은행은 선발은행에 대해,은행전체는 제2금융권이 석권해온 단기금융시장
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 입장에서 볼때 이 레이스는 외줄타기처럼 위험천만이다.

자신의 수익성을 중시하다가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고 수신고
확장에만 열을 올릴 경우 경영수지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원리에 의해 도산되는 은행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번 금리자유화에 따른 선제공격은 한미 보람 하나 동화 평화등 후발은행
이 치고 나왔다.

이들 은행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고금리로 무장한 뉴브랜드상품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다.

경영수지 부담을 우려, 당분간 관망할 자세를 보여 왔던 선발은행들도
부랴부랴 신상품약관심사를 은행감독원에 신청, 경쟁의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출발부터 출혈경쟁의 양상을 띠기 시작한 셈이다.

제2금융권도 가만 있질 못한다.

단기상품 시장을 휩쓸다시피해 온 종금사들도 어음관리계좌(CMA)의 수익률
을 종전보다 1%포인트 올리는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종금사들은 그러나 은행권이 거액고객을 대상으로 종금사 수준에 육박하는
금리를 제시하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결국 어떤 금융기관이 금리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유지하느냐가 이번 승부의 관건이다.

선발대형은행도 자칫 방심하다가는 고객과 예금 모두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증권.투신사들도 단기수신상품을 앞세워 경쟁대열에 동참하고 있으며
상호신용금고도 지역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 단기고금리예금상품
을 파는데 열중하고 있다.

은행의 "도전"에 제2금융권의 "응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조정자 입장에서 이번 격돌을 지켜보는 한국은행은 다소
걱정스런 표정이다.

"금융기관간 과당경쟁은 제살 깎아먹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금리
상승을 유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한은 박철 자금부장)
는 얘기다.

실제로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50조원중 30조원이 자금이동을 시작할
경우 금리는 최고 1.0%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은의 금리전망모델에 따르면 신상품 금리가 종전 연 3%에서 연 6%
(가중평균)로 오를 경우 금융권 전체로 0.6~0.8% 수준의 금리인상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또 가중평균금리가 연 7%에 도달할 경우는 0.8~1.0%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4단계 금리자유화는 금융수요자입장에서 보면 잘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차별화된 상품들이 곳곳에 널려있어 구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테크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별.예금금액과 기간별로 금리가 달라지는 등
거래패턴이 바뀜에 따라 과거보단 예금상품을 고르는데 신중을 기하는
"지혜"가 필요해졌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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