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서울 방배동의 조선무약 본사빌딩.

이곳에 근무하는 2백50여명의 임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엘 무스콘 (L-muscone)의 제조특허를 국내업체들에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박대규 사장의 폭탄선언 때문이었다.

"그렇게 공들여 개발해낸 신약물질을 로열티도 안받고 경쟁사들에
공개하다니..."

직원들은 모두 웅성거렸다.

엘무스콘은 조선무약이 12년간 80억원을 들여 개발한 천연사향 대체물질.

사향은 우황과 함께 청심원의 핵심원료로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멸종위기동물국제거래협약 (SITES)에 따라 수입이 금지된다.

따라서 천연사향 대체물질이 없으면 우황청심원을 만들수 없게 된다.

연간 1천3백억원에 달하는 국내 우황청심원시장을 쳐다만보고 있어야
한다.

엘무스콘을 개발한 조선무약으로서는 이 엄청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박대규 사장은 업계공동사용이라는 단안을 내렸다.

"동생들" (후발업체)도 같이 살아야지 혼자서만 배를 채울 수는 없지
않으냐고 이 회사는 설명한다.

여기에는 또 서로 경쟁을 해야 그 과정에서 전체파이가 커지고 자신의
몫도 늘어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자 마케팅"

솔표우황청심원으로 국내 청심원시장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무약의
마케팅전략은 바로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장자마케팅은 마케팅전략상 큰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희생의
법칙"과도 맥을 같이한다.

조선무약의 장자마케팅은 엘무스콘이 상용화되는 올연말부터 본격화된다.

조선무약이 장자마케팅에 나설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회사설립이후 72년간 오직 우황청심원이라는 한방의약품의
외길만 걸어오면서 솔표우황청심원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었기에 이
전략을 쓸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래의 전략으로 장자마케팅을 선택한 조선무약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신뢰마케팅으로 "우황청심원=솔표"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자신한다.

조선무약은 소비자들에게 솔표우황청심원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이란 점을
부각시키는 광고를 7년째 계속하고 있다.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여"로 유명한 TV광고는 인간문화재 박동진
(판소리)씨와 이매방 (승무) 선생을 모델로 기용,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인간문화재들.

이들처럼 조선무약도 민족의학인 한방약품을 계승 발전시키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기업이미지제고 광고는 제품에 대한 신뢰감으로 승화돼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솔표브랜드를 지명구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등 국제스포츠행사의 스폰서가 되는 스포츠마케팅도
신뢰마케팅전략의 전술로 활용했다.

솔표우황청심원은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94히로시마아시안
게임 96애틀랜타올림픽의 공식지정 의약품이 돼 제품과 기업이미지를
높여나갔다.

또 솔표우황청심원이 지난 94년 서울정도 6백년사업의 타임캡슐수장
품목으로 선정되고 지난 68년엔 우리나라 의약완제품 수출1호로 일본에
진출한 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였다.

기존의 신뢰마케팅에 장자마케팅을 가미한 조선무약.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