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가공할 스피드는 코드의 표준화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름있는 것의 고유 번호다.

코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정보화세계로 들어갈수 없다.

아무리 잘 설계된 정보시스템도 코드체계가 흔들리면 무용지물이 된다.

주민등록번호도 코드다.

4천3백만명중 중복되는 주민등록번호는 단 하나도 없다.

이 번호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으로 들어가면 수천 수만개의 코드를 관리해야 한다.

부품코드 제품코드 계정코드 사원코드 사업장코드 등 코드체계의 표준화
작업이야말로 이제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국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주민등록번호체계는 물론 자동차번호체계 전화번호체계 산업분류코드체계
군번체계 직업분류코드체계 등 수없이 많은 코드체계의 원칙이 있다.

이 체계가 흔들리면 국가의 경쟁력도 그만큼 떨어진다고 할수 있다.

모든 코드에는 생명이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관리되는 것이고 자동차에
쓰여진 작은 부품의 코드도 그 자동차가 살아서 움직이는 동안은 말할 것도
없고 폐차된 후에도 다시 부품상태로 관리가 되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2000년이 되면서 컴퓨터 연도표시를 두자리에서 네자리로
변경하는 일로 온통 떠들썩하다.

두자리 코드에서 네자리 코드로 바꾸는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에 전세계적
으로 6천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5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통부가 추산한 우리나라의 경우도 약 8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맨 처음 코드를 부여하는 작업이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이일을 하위직의 일로 간주하고 위에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화려한 정보화시대의 이면에서 일하고 있는 3D 직무중의 하나인 이 작업이
곧 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 창출의 시발점이란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