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LA타임스 신디케이트 독점전재 ]

동부유렵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 금세기 최악의 홍수가 발생,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12월께나 찾아오는 엘니뇨현상이 벌써부터 그 위세를 떨친 결과다.

베링해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그린피스의 최근 보고도 있었다.

이제 ''이상기온''이란 말은 의미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후에 관한한 이상이 곧 정상이기 때문이다.

소련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생태계는 이미 자생력을
읽고 있다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급진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르바초프는 환경보호단체인 ''그린 크로스 인터내셔널''을 이끌며 환경
지도자로 변신했다.

자본주의의 창의력은 높이 평가하나 또다른 얼굴인 소비지상주의는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고 강조한 고르바초프는 인구증가 및 경제성장을 억제하지
않는한 생태계의 황폐는 피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고르바초프가 ''레드(적십자)에서 그린(환경)으로''란 주제로 글로벌
뷰포인트와 가진 인터뷰내용을 싣는다.

< 정리 = 김영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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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를 종식시킨 핵강국의 지도자가 환경보호 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동기가 있을텐데요.

<> 고르바초프 =정치활동을 통한 경험의 결과입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처음 느낀 것은 고향인 스타프로폴에서였습니다.

모스크바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환경오염은 국가적 문제로 인식됐습니다.

이후 핵논쟁은 이에 대한 관심을 세계 차원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인간의 오만은 환경파괴란 엄청난 실수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수력발전댐을 건설하면서 경작지를 훼손했고,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아랄해의 물을 빼자 각종 해충들이 토지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농수산 담당 관료로 있을 때 이런 일들을 직접 경험했죠.

공산당 총서기로 일할 때는 핵무기의 사용이 곧 지구를 황폐화시킨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체르노빌 핵유출은 더 큰 충격을 주었죠.

지난 88년 유엔을 방문했을 때 연설내용의 3분의1 정도는 환경오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적십자(레드 크로스)처럼 환경보호를 위한 그린 크로스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환경보호 단체인 "그린 크로스"의 회장직을 맡은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지요.

-유엔이 환경보호 및 개발이란 주제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지구 서미트"를 연지 5년이 지났습니다.

여기서 세계 지도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금지하고 산림을 훼손하는 산성비를 억제하자고 약속했습니다.

회담의 성과를 평가해 주시지요.

<> 고르바초프 =지난 3월 지구서미트를 평가하는 리우회의에서 나는
유감스럽게도 회담 이후 변화된 것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위한 획기적인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대기 및 수질을 개선하려는 각종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들도 지역환경을 보호하는 각종 법안을 마련중입니다.

그러나 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30~40년전부터 생태계는 이미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이에대한 방안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판단됩니다.

또 환경파괴는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나 그 대책은 지역적
으로 전개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환경보호 운동은 범세계적으로 추진돼야 효율성을 갖는다는 지적인데
그 방안을 제시해 주시지요.

<> 고르바초프 =생태계는 자율규제 시스템입니다.

파괴정도가 심해지면 회복력을 잃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생태계가 안고 있는 오염부담이 자체 내성력의 8~10배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세기초 전세계 인구는 16억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55억으로 늘어났으며 조만간 60억에 이를 것입니다.

지구가 공급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의 양은 일정합니다.

기후에 영향을 주는 산림지대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기술의 발전이 생물권의 재생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급진적인 방법을 도입하지 않는한 생태계의 황폐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방안은 인구증가 및 경제성장을 안정화(억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가 붕괴됐을 때 서방세계는 행복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자크 쿠스토는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시장기능만큼 지구에 위해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이 가치(Value)대신 가격(price)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력의 남용은 지구를 파괴한다는 지적입니다.

그의 견해에 동의하시는지요.

<> 고르바초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공산주의는 사라졌으나 자본주의가 결코 21세기의 대안은 아닙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한 자본주의의 장점과 사회주의가 갖고 있는 사회정의
및 생태계보호를 결합하는 작업이 추진돼야 합니다.

미래는 이런 도덕성을 바탕으로 형성되어야 합니다.

독재를 통해 인민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공산주의자들의 유토피아론이
허구이듯 전세계를 시장독재로 몰아넣는 것도 잘못된 이론입니다.

이는 반자연적 사고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하는 것이죠.

-공산주의의 실패는 미래에 대한 믿음을 주지못해서입니다.

민주주의와 소비지상주의가 승리하게 된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 고르바초프 =현재를 덕있게 사는 것입니다.

냉전이 끝난지 거의 10년이 지난 이제 자유에 따르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극기는 자유인들의 근본적이며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쾌락주의적 접근대신 우리는 욕망을 이성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소비지상주의를 새로운 유토피아로 위장한다면 자연은 그같은 시스템을
거부할 것입니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이 전체주의 시스템을 거부했던 것과 같습니다.

자연은 전염병 만연, 새로운 암종류의 발병, 그리고 유전자 변형을 통해
벌써부터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또다시 일어나면 생태계는 붕괴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는 작업은 먼 미래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을
보다 개선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바뀌어야 할텐데요.

<> 고르바초프 =먼저 유엔을 재조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유엔은 주로 군사대결 등 세계 안보문제만을 다뤄왔습니다.

그러나 별 성과는 없었죠.

동시에 유엔내 환경기구도 효율적인 활동을 못해왔습니다.

따라서 유엔활동은 환경보호와 같은 범세계적인 문제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구헌장에 따른 국제환경보호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국제적 행동요강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구헌장의 발상은 리우 정상회담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3월의 리우회의에서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지구헌장위원회는 관련
초안을 작성, 유엔총회가 이를 오는 2000년까지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헌장이 다음세기 환경보호를 위한 인간행위의 지침서가 되는 것이 나의
희망입니다.


[[ 약력 ]]

<>소련 공산당 서기장
<>소연방 초대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현 그린크로스 인터내셔널 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