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면서 우리의 21세기를 열어갈 지도자 선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사정이 어렵고 기아의 부도문제로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요즈음,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도 같이
커지게 된다.

이미 각당은 선진대국과 광개토시대 등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제시된 각당의 경제정책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두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으며 국민이 두루두루 좋아할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감각이 훌륭한 사람일수록 득표를 겨냥한 발언을 하여야겠지만
경제에는 공짜가 없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정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만약 그런 정책이 있다면 진작 채택되었을 것이다.

미래를 논하기 전에 현재를 살펴보기로 하자.

5년전 온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출범한 문민정부는 당장이라도
신한국을 건설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보사태를 계기로 아무도 우리가 신한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몇가지 견해를 들기로 하자.

첫째, 지도자와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이는 국가발전에 있어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견해로서 정책운영은
정부가 하고 그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니까 일단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한 시대에 비판을 받았던 지도자나 정부가 다른 시대의
추앙을 받는 사례를 보아 왔으므로 이러한 견해도 틀릴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렇고 트루만 대통령이 그렇다.

국가가 어려워지면 과거에 비판을 받던 구관도 공정한 평가를 거쳐 명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책임을 지도자와 정부에게만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둘째, 기업과 가계의 민간부문이 용분의 역할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이는 국가발전에 있어서 정책도 중요하지만 문화와 패기도 중요하다는
견해로서 무능한 지도자를 선출하고 부정부패에 참여한 장본인이 바로 국민
자신이니까 그 역시 타당한 견해라 할 수 있다.

개혁이 암초에 부딪치는 것은 바로 정치적 이유때문인데 정치적 이유의
대부분이 바로 민간부문의 이해관계대립이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고 자신만은 예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면 개혁이 순조로울 수 없다.

셋째, 해외여건이 나빴기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규모의 경제대국이지만 주요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소국경제에 지나지 낳는다.

따라서 우리의 통제능력 밖에 있는 해외경제가 나빠지면 우리 경제도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이상의 세 요인중 궤도이탈의 원인을 지적하라고 하면 그것은 단순히
지도자와 정부의 책임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며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여야 할 것같다.

특히 지난 5년간 해외여건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므로 마지막 견해는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선진대국과 광개토시대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거나 달라질 수 있기에 과거에 못가본 신한국에 가볼
수 있단 말인가?

많은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과 선진국 진입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는 해외여건이 나쁘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년간은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 경제를 떠받쳐준 엔고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으며
일파만파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우리 제품이 수출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직접 경쟁하게 된 것도
엔고 덕택인데 이런 강력한 후견인이 없어질 때 우리 기업들이 또 어떤
후견인을 찾으려 할지 궁금해진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연구한 해외의 경제학자들은 고도성장이
대부분 투자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투자만 늘리고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 경제는 머지않아 수확체감이라는 한계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고도성장의 원인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인적자본의 축적과 기술
혁신에 있다고 하더라도 앞날이 순탄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교육수준은 경제개발과정에서 중졸이하로부터 고졸
이상으로 크게 높아졌는데 앞으로는 평균교육수준을 대졸이상으로 높여야만
과거의 인적자본 성장추세를 지속할 수 있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교육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기술혁신에 대해서도 우리가 습득하여야 할 기술은 과거와는 다른 고도
기술이므로 과거에 기술혁신에 성공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게 앞으로의 경제여건이 불리해질수록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수립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세우기 위한 국민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해진다.

주권자인 우리자신이 훨씬 성숙되어야 하겠다.

또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이 후보자별 정책을
검증하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우리가 배우지 않았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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