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적발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위장경매 및 농안기금 전용 횡령
사건은 폭리에 눈이먼 중도매인과 불로소득을 기대하는 도매시장법인의
결탁, 그리고 감독기관의 묵인 내지 태만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지난 95년에 발효된 새 농안법이 효과를 보기는 커녕 생산자와
소비자를 울리는 또다른 비리구조를 재생산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번 비리의 주역 역시 농안법파동을 야기했던 중도매인들이었다.

도매법인이 사온 농산물을 경매를 통해 구입, 도.산매상에 파는 일만을
해야 할 이들 중도매인들은 출하전의 농산물을 밭떼기 형식으로 매점매석해
출하시기와 물량을 마음대로 조절함으로써 막대한 폭리를 취했다.

중도매인들이 "악어"였다면 도매법인은 "악어새"와 같은 관계였다.

이들은 중도매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불법거래에 대해 정상적인 경매를
거친 것처럼 가짜서류를 꾸며주었다.

이렇게 불법유통된 농산물의 비상장거래액이 3백50억원에 이르고 도매
법인의 부당이익만 2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상장을 하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장전보다 2.5배나 많다는 조사결과에 비추어 그동안
중도매인들이 챙긴 폭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같은 대규모 비리가 오래전부터 고질적으로 횡행하고
있었음에도 주무부서인 농림부나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적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도매법인에 대한 상장물량 확인도 도매법인이 제출한 자료를 거의 그대로
인정해주었다고 하니 상설운영되고 있는 가락동도매시장 유통관리공사는
낮잠만 잤다는 얘기인가.

또 일부 도매법인들이 경매출하를 촉진하기 위해 국고에서 지원받아
생산자 단체들에 저리융자하게 돼있는 농안자금을 개인용도로 유용하거나
중도매인들에게 밭떼기 자금으로 빌려주기까지 했다는 것은 감독소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지금까지 가락시장 독점체제에서 시장마비 가격파동
등을 우려해 강력한 단속이 어려웠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이같은
비리를 알고도 범법자들의 집단행동이 무서워 눈감아 주었다는 말인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이같은 비리는 전국 각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만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감독기관의 비리묵인 의혹에 대해 관리감독 소홀만으로는 사법
처리가 힘들다며 벌써부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만은 지난
94년 농안법파동 당시의 공무원비리수사처럼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된다.

철저한 수사로 더이상 조직적인 농산물유통비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출하자-도매법인-중도매인-도.산매상으로
이어지는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품목별로 철저히 점검해 무너진 곳은 하루
속히 복원하는 한편 강력한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생산자 유통조직을 강화하는 등 상인들의 횡포를 막는 근본적인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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