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 제조업체인 한보정밀공업의 강정민(49)사장은 지난 93년 한때 심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까닭은 국내 1회용 면도기 시장이 일제를 중심으로한 외국산에 70%이상을
점유당해서이다.

쉐이코란 브랜드로 버텨 봤지만 면도날성능과 가격에서 따라잡을 수 없었다.

때문에 매출이 뚝 떨어졌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특수그라인더등 자동화설비를 들여놔야 했다.

그러나 그에겐 돈이 없었다.

한보정밀은 강사장의 부친인 강동묵사장이 지난 56년 창업한 기업.

40년 가까이 이어온 가업이어서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그는 우연히 구조개선자금 지원요령을 발견했다.

서류를 만드는 절차가 무척 까다로웠으나 성의껏 장만했다.

그가 빌린 돈은 시설자금 6억8천만원과 운전자금 1억원.

이 자금으로 면도기 자동화설비 7대를 도입했다.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단순기능공을 50명 정도 줄일 수 있었다.

불량률도 10%선에서 0.6%로 감소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걸 이젠 일본시장으로 역수출하게 됐다.

미국 브라질등으로도 내보냈다.

지난해 매출 31억원중 26억원어치를 해외에 내다팔았다.

이 모든게 구조개선자금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구조개선자금을 잘잡아 급신장한 기업은 수없이 많다.

현대자동차등에 엔진밸브를 납품하는 신한발브공업도 마찬가지.

26억원의 자금을 빌려 스크류프레스기를 도입한 덕분에 연간매출이 33%나
늘었다.

PE맨홀업체인 오주레진도 시설자금 13억7천만원과 운전자금 3억5천만원을
빌려 자동압축기 3대를 도입, 생산능력을 월 1백20t에서 6백t으로 늘리기도
했다.

우진산전 삼오산업 영화금속등 여러기업들이 구조개선자금을 활용, 성장기회
를 잡았다.

오는 8월1일-.

설비자금을 구하지 못해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날을 꼭 기억해두 자.

이날부터 11일간 1조원에 이르는 구조개선자금이 중진공창구(769-6507~9)를
통해 지원된다.

사실 중소기업자로서 이 자금보다 유리한 돈은 거의 없다.

이 자금의 금리는 연 7%.

일반 대출금리보다 4~5%나 낮다.

중소기업자로서 이렇게 괜찮은 자금을 잡지 못한다면 어리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왜 구조개선자금을 활용하는게 좋은지를 더 상세히 분석해 보자.

무엇보다 융자기간이 길다.

설비자금은 3년거치 8년까지. 외화자금은 대출기간이 더길어 10년까지
가능하다.

외국산기계를 외화로 사들여 오는건 중진공 각 지역본부에서 추천해 준다.

그러나 국산기계를 외화자금으로 도입해올 땐 중소기업청 지방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 자금이 매우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조건중 제일 까다로운 건 역시 공장등록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이 조건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 중소기업자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이제부턴 공장등록증이 없어도 가능한 경우가 생겼다.

종업원 20명이하의 소기업 가운데 5백 미만의 공장에 대해서는 등록증이
없어도 된다.

또 공장건립승인을 받은 이전예정공장이나 아파트공장 입주예정자도 이
자금을 쓸 수 있다.

기회란 잡는게 임자다.

이 구조개선자금은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어쨌든 올해로선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기회가 바로 앞에 있을때 확실히 잡자.

이치구 < 중소기업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