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를 지나면서 처음 손에 잡게되는 그림책이 "아기곰 푸우"이다.

몸집이 커 힘이 세고 성질도 사나울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곰은
아이들에게 유난히 친근한 재롱동이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그처럼 사랑스런 곰도 일단 동화속을 빠져나오면 어른들의 군침을
돌게하는 강정식품으로 둔갑한다.

모두다 그놈의 쓸개 때문에 곰에 얽힌 신성한 단군신화도 무색해지고
만다.

검찰의 반달곰 밀렵수사에 따라 야생반달곰이 국내에 서식하는지의
여부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달곰은 앞가슴에 반달모양의 V자형 흰 무늬가 있고 몸길이 1.4~1.7m
몸무게 40~1백20kg으로 불곰보다 몸체가 좀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티베트 만주 시베리아 히말라야 등지에
서식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3백29호로 지정돼
있다.

야생 반달곰의 웅담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CITES)"에 의해 국제적으로 상업적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쓸개빠진 인간들이 넘쳐나면서 수천만원의 선수금을
주어가며 반달곰쓸개를 찾는 빗나간 보신행태가 이번 검찰수사를 계기로
부분적으로 나마 드러났다.

한국의 야생반달곰은 일반곰에 비해 웅담의 약효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밀 래 값이 엄청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밀렵꾼들이 곰을 사겠다고 접근한 경찰정보원에 3억원을
요구했다니 "부르는게 값"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지난해 8월 환경부가 지리산 등지에서 발견된 활동흔적을 근거로
국내에도 반달곰 1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83년
설악산에서 총에 맞은 반달곰이 발견된 이후 아직까지 확인된 사례가 없다.

이번에 거창의 한 관광농원에서 밀거래된 반달곰도 야생이 아니라 수입
반달곰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달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뒤 85년부터 수입이 금지됐으나 국내에는
그 이전에 수입 번식된 1천여마리가 개인농원 등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들 민간사육 반달곰에 대해서도 특별관리규정을 마련해
반달곰밀매를 둘러싼 추태가 더이상 지속될 수 없도록 해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