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에는 이색적인 조직이 있다.

"러닝 센터 (learnning center)"다.

다른 기업에서는 교육실로 부르는 곳이다.

LG가 굳이 러닝센터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지식을 얻으라는 것.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라는 얘기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LG의 교육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LG의 자율교육은 교육을 인사로 연결하지 않는데서 잘 나타난다.

한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의무교육시간을 정하고 이를 이수치 못했을
경우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다.

하지만 LG는 배우든 말든 종업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그렇다고 LG의 교육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

종업원들이 연간 이수하는 과목은 5.8개.

시간으로 치면 58시간이다.

웬만한 기업의 교육시간보다 훨씬 길다.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배워야 진짜 지식이 되지요" (황호진
연수담당이사).

그렇다고 회사는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들이 원하는 지식을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

"성과가 있는 교육"이라는 모토에서 잘 나타난다.

"교육은 분명한 투자입니다.

당연히 그만큼의 효과를 거둬야지요" (황이사).

경영의 목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한다는 생각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LG의 교육프로그램 개발능력은 바로 이런 방침에서
유래됐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개발한 교육프로그램만도 1천1백여개.

교육프로그램 개발로 유명한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와 제휴까지 맺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인력을 매년 이곳에 3~4개월씩 연수시키기도 한다.

이 회사의 교육프로그램은 효율성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효율성은 교육품질보증제도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반드시 파일럿 테스트를 하는 게 품질보증제도다.

효율성이 어느정도인가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종업원들이 배우려고 할때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회사가 할 일이지요"(황이사).

LG의 교육시스템은 해외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에 러닝센터를 설립한 것.

"해외에 법인을 세울 때 교육인프라 구축은 필수적으로 들어가지요.

교육은 경영성과를 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도구거든요"
(이종림 연수기획과장)

협력업체 역시 교육대상이다.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층 사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LG가 이같은 교육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된 데는 최고경영자층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올해초 구자홍 LG전자사장이 각 사업장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들른
곳이 러닝센터였다.

구사장은 당시 수첩에 질문거리를 빼곡히 적어와 실무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실 교육은 성과를 측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은 교육을 투자가 아닌 지출개념으로
생각한다.

최고경영자의 교육마인드가 확고하지 못하면 종업원을 교육시키기란
결코 쉽지않다.

LG는 앞으로 글로벌인재 양성분야에 교육의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또 핵심리더과정을 좀더 체계화해 실력있는 경영진을 양성한다는
생각이다.

경영성과를 거두는 교육.

LG는 21세기 초우량기업 달성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