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12%씩 증가해 같은
기간의 경제성장률 8.7%를 훨씬 웃돌고 있는데 전력소비 증가의 주요인은
여름철 냉방기기다.

이중 특히 에어컨의 전력 소비량은 여름철전력수요의 20%를 넘어섰으며
올해 에어컨 수요는 지난해보다 15%나 늘어난 1백18만대로 총 보급대수는
5백62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에어컨은 1대가 선풍기 30대와 맞먹는 전력을 소모하고 있어 최대수요가
발생하는 여름철의 경우 주야간 전력수요 차이가 1천만kW이상이나 돼 오후
2시에서 4시사이의 냉방용 전력수요가 전력난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공급 능력을 늘리면 되나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데 애로가 있다.

발전소 건설은 준공기간만도 10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1백만kW급 원자력 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데는 1조5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1백만평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데 입지문제만도
NIMBY(지역이기주의)현상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발전소 건설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구나 여름 한철 냉방을 위한 전력시설의 확충은 평상시에는 유휴시설이
되어 국가경제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낭비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효율적인 수요관리를 통한 전기절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력을 많이 쓰는 일정기간 동안에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를
도입하고 빙축열냉방및 고효율 조명기기의 보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전기냉방기를 가스냉방시스템으로 바꾸고 비상용 발전기를 피크
부하시에 가동하는 방안까지 강구하는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보다도 더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법은 소비 절약을 통한
절전이다.

그러나 우리 공단에서 몇년째 절전 캠페인을 펼치면서 느끼는 점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전기절약의 필요성이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불편을
감수하기 싫어 절전을 외면한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궁핍과 가난을 온 몸으로 체험한 나이 많은 세대들의 경우는
다르지만 젊은 세대 대부분은 절전 의식이 희박하다.

물론 이는 전기값이 비교적 싼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국민들의
실천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 할 수 있다.

냉장고나 에어컨을 구입할 때는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고르고
조금 덥더라도 여름철 에어컨의 실내 냉방 온도는 26~28도로 맞춰 놓는
생활 습관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같은 자세는 올 여름 전력난을 극복하는 원동력임은 물론 나아가서는
국민경제를 위한 "작은 애국"이 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깨달을 때 올
여름도 지혜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