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학장 >


서양 동화인 신데렐라와 한국 동화인 콩쥐팥쥐는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남녀 주인공의 특징이다.

즉 남자주인공은 왕자이고 여자주인공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도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숲속에서 잠든 백설공주를 본 왕자에게 잠든 사람이 공주라는 사실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이 더 우선됐다.

반면 왕자는 왕자라는 지위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이와같이 지위높은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의 만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복식의 역사에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생각이 그대로 표현되어 왔다.

사냥이 생존을 위한 수단일때 여성들은 사냥을 잘하는 용맹하고 힘센
남성을 선택함으로써 자신과 후손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따라서 남성들은 자신이 얼마나 힘세고 용맹스러우며 이 집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을 자신이 포획한 동물의 일부분을 몸에
걸치고 다님으로써 과시하고자 했다.

즉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물질제공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지속적으로 남성은 자신이 얼마나 물질제공능력을
가진 사람인가를 복식을 통해 과시해 왔으며 이러한 현상은 현대남성복식에
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 남성복의 대표라고 할수 있는 정장의 흰 와이셔츠, 넥타이, 주름세운
바지 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상징들이다.

이에 비해 여성복식은 지속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

아름다운 여성이 물질제공능력이 높은 남성에 의하여 선택되기 때문에
여성은 아름다움과 성적매력을 표현할수 있는 외모 만들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런 남녀간의 차이는 남성이 가정을 대표해 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오고,
여성은 이에 의존하여 가정내에서 생활하게된 현대 산업사회에서 더욱 강조
되었다.

산업화과정에서 남성은 공적인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여성은 사적인 공간
에서 생활을 주로 해오면서 남성복은 사회적 규범에 따른 정형화된 형태로
자리잡았고 여성복은 개인적인 취향이 존중되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사회적으로 규범화된 남성정장은 수십년 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반해 개인적 취향에 의존하는 여성복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것이다.

이런 현상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놀랍게 변화하고 있다.

남성복이 화려해지면서 다양한 색채와 무늬가 사용될 뿐 아니라 정형화됐던
남성정장조차 개성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볼수 있다.

이런 변화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기대가 변화한 것과 사회적으로 이상적
으로 생각되던 남성상이 변화한 것에 기인한다.

이제 더이상 여성은 남성을 물질제공능력에 따라서만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복이 사회적 상징에 얽매일 필요성이 적어졌다.

또한 남성들로 하여금 외모에 신경쓰는 것은 하찮은 일이며 남자답지 않은
것으로 생각토록 강요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남성의 자유로운 선택을 용납
하는 분위기로 바뀜에 따라 남성복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훨씬 약화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복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여성복이 장식적이고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의복
으로도 영역이 넓혀지는 것을 볼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이 사회로 진출하고 전통적으로 남성의 역할로 생각되던
직종에 종사하면서 여성이 남성을 통하지 않고도 스스로 성취할수 있는
독립적인 삶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의류시장의 변화추세를 볼때 개성적인 남성복과 캐주얼웨어
부문이 크게 신장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갖고 있는 남성상이 변화하고 의복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약화되는 현상이 소비자 의복구매행태의 변화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의 전문직 여성을 위한 의복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각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아직은 미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같아 서운하지만
의복이 그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인 것을 어찌하랴.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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