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 같으면 기업윤리와 종업원들 때문에 억지로라도 공장을 끌고 가야
했지만 지금 문닫으면 욕은 안먹을것 아닌가"

마산 창원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듣게 된다.

대형부도여파로 어려움이 큰데가 기아사태까지 겹쳐져 더이상 회사를 끌고
나갈 힘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기아사태의 불똥은 창원의 중견업체인 T사에 먼저 튀었다.

불경기로 지난 3월이후부터 생산물량을 조금씩 줄여 왔는데 기아충격으로
생산라인을 2개나 줄였다.

이에따라 이회사의 생산량은 지난 상반기보다 70%이상 격감하게 됐다.

기아중공업이나 기아정기등 기아계열사들은 부도방지협약을 적용받게돼
지난주보다는 분위기가 밝아졌다.

지난해 기아중공업은 7억원,기아정공은 19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는등 경영
실적도 괜찮아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있다.

다만 부도방지협약대상이아닌 6백여업체들은 돈가뭄으로 쩔쩔매고 있다.

특히 창원공단에 입주해있는 70여개의 기아협력업체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을 받기는 커녕 납품대금으로 받은 진성어음조차
할인해 주지 않고 있다. 매일같이 부도망령에 시달리느라 다리뻗고 잠잘 수
없다"

기아중공업에 밸브를 납품하는 D사 임모사장의 한탄이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S사의경우는 진성어음 할인중단으로 6백여명의 종업원
급여를 못줄 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의 협력업체대표들은 회사출근보다는 사채업자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융통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수 없다.

중소기업들간에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는 드문일이 됐다.

이제는 선금을 온라인으로 넣어줘야만 물건을 공급하는 선금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신용사회와는 거꾸로 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잇는 것이다.

경남지역경제의 어려움은 통계숫자가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지난 상반기중 부도를 낸 업체수는 모두 4백75개사(한국은행 창원지점
조사).

매달 79개사씩 문을 닫은 셈이다.

월평균 59개사가 부도난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34%나 늘어난 셈이다.

공단이 활력을 잃어가면서 놀리는 땅도 많다.

동남산업단지공단에는 4만4천평규모의 땅이 놀고 있다.

이는 1백평규모의 중소기업이 3백여개나 입주할 있는 땅이다.

마산 봉암공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기아납품업체가 20여개사가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금융지원이 제대로 안되면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실정
이다.

"전제품을 기아에만 납품하고 있는 까닭에 어음할인이 안되면 부도낼 수
밖에 없다"

봉암공단내 S사 오모사장은 절망적으로 말했다.

함안 진주 상평공단 역시 기아사태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영세업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공단자체가 공중분해될 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담보가 필요하지만 그동안 담보로 넣을 것은 이미 다 넣어 버렸기 때문이다.

마산 창원지역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도 장사가 안돼 울상이다.

D백화점의 경우 기아사태이후 매출액이 10%이상 떨어졌다.

특히 창원공단 인근 식당들은 영업이 안돼 휴가를 떠나버리거나 임시휴업
딱지를 붙이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 한마디 ***


황철곤 < 한국공업단지 동남지역본부 본부장 >


창원경제가 요즘처럼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창원공단은 온산 안정 울산공단의 불황영향도 받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
하고 있다.

자동차등 수출까지 위축돼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역연구소들은 오는 10월께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이후에도 장담할 수 없다.

협력업체들은 부도를 눈앞에둔 절박한 처지에 있다.

중소기업의 사활은 정부와 은행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정말 정부의 지원약속이 은행권에 먹혀들어가 영세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 창원=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