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의 꽃, CD롬타이틀 시장을 잡아라"

멀티미디어PC 보급이 확산되면서 CD롬타이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국내 CD롬타이틀 시장은 매년
50%이상씩 커져 지난해 이미 1천억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앞으로의 정보통신산업 경쟁력이 누가 더많은 소프트웨어(SW)를 확보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에따라 기존의 전문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LG소프트 쌍용 현대정보기술
등 대기업들도 멀티미디어SW 확보 차원에서 최근들어 잇달아 전담사업팀을
구성,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또 다락원 대한교과서 삼성출판사 동아TV 삼우컴앤컴등의 출판사나 방송업체
들은 지금까지의 교육및 영상사업 경험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멀티미디어환경 구축 경쟁에서 유리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국내 CD롬타이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교육용타이틀.

지난해 각각 5백억원 내외의 시장규모를 형성한 이들 분야는 그 규모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호각지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CD롬타이틀 시장의 주도권이 게임에서 점차 교육용
타이틀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업계가 분석하는 이같은 변화의 요인은 대략 세가지.

첫째 교육부와 정보통신부 주도아래 추진되고 있는 "교육정보화 사업"이
지난해말부터 가시화되면서 각 업체들이 게임보다 교육용타이틀의 개발및
제작에 더많은 투자노력을 쏟고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교육용타이틀이 전통적인 형식을 뛰어넘어 게임과 교육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형식으로 발전하면서 PC 활용의 가능성을 확대
하고 스스로 시장수요를 창출해내고 있어서다.

셋째는 새로 개발된 게임타이틀이 펜티엄 1백66MHz 이상의 고급기종 PC를
요구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사용환경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용자가 그리
많지않다는 점도 게임시장 확대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CD롬타이틀 업체들은 2000년까지 총 2조6천억원의 재원이 투자될
교육정보화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이중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 구입에 필요한 예산으로 97년 한햇동안만
2천9백억원이 책정됐으며 99년까지 총 7천6백여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이에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신규 PC구입비의 20%를 SW 구매예산으로 배정한
이번 조치가 국내 교육용 CD롬타이틀시장의 획기적인 팽창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CD롬타이틀 산업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우선 국내 멀티미디어 타이틀시장은 대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타이틀을 자체 개발하기 보다는 외국업체와 제휴해 제품을 수입하는데 열을
올리면서 전체 수요량의 70~80%를 외산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게임타이틀은 전체시장 판도를 아예 미국및 일본산 제품이 틀어
쥐고 있는 상황이고 교육용 타이틀의 경우도 외국산 제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바람을 타고 지난해부터 일본등 외국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직접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영화나 음반시장처럼 앞으로
멀티미디어타이틀시장도 외국업체들의 손에 좌우될 것이라는 성급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현재까지의 멀티미디어타이틀 시장이 96년말 현재 1백50여개로 군소업체
들에 의해 장악되면서 기술및 소재 개발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자본이 영세하다보니 시장경쟁력을 갖출 정도의 충분한 기획과 제작시간을
갖고 만들어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들어 대기업들이 전문업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게임및 학습
타이틀의 자체 제작을 잇달아 추진,관심을 끌고있다.

여기에 전근대적인 SW유통시장구조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나치게 복잡한 유통단계로 인해 타이틀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의 저변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정보산업이 진전될수록 하드웨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가 중요시된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개선 노력이 요구된다"며 "멀티미디어타이틀 제작과 관련된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