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컴퓨터시장, 어디로 갈 것인가"

컴퓨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부진과 수출부진, 대선을 앞둔 자금압박 등으로
관련업계가 영양실조에 걸릴 지경이다.

일부 통계치들은 올상반기 컴퓨터시장이 전년대비 한자릿수대의 성장을
했다고는 밝히고 있지만 일선 영업담당자들은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우선 PC시장은 올초 한국IPC 부도로 시작된 일련의 유통대란과 스타상품이
없다는 내부요인이 경기침체라는 외적요인과 겹쳐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MMX PC가 나왔다지만 본격적인 시장형성은 아직 요원하다.

우선 값이 비싸고 아직 쓸만한 응용프로그램도 없다.

전문가들은 MMX시장은 내년께 가야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가격인하와 펜티엄II로의 시장이전을 기다리는 대기심리까지 겹쳐
PC시장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AMD나 사이릭스등 비교적 값싼
인텔 호환칩을 장착한 저가형 MMX PC가 대거 시판돼 PC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컴퓨터쪽도 재미를 못봤다.

지난해 대형을 구매할 예정이었던 기업들이 대거 중형쪽으로 주문을 냈다.

덕분에 덩치가 비교적 작은 유닉스및 NT서버는 지난해에 비해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붐과 함께 급성장할 것으로 보이던 중형서버시장이 예상외로
부진했다는게 업계의 분석.

올해 컴퓨터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인 부문은 노트북시장.

노트북시장은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년동기대비 14%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휴대성과 편이성, 데스크톱 못지않은 멀티미디어기능을 갖춘 제품이 쏟아져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했기 때문.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컴퓨터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이 내년에도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이후 정국이나 내년 경기에 대한 전망이 아직 불투명할 뿐아니라 특별히
이를 반전시킬 만한 호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숨가뿐 노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월경"과 "합종연횡" 현상이 바로
그것.

우선 PC전문업체 또는 중대형전문업체라고 간판을 내걸던 컴퓨터업체들이
사업영역을 대폭 확산하고 있다.

우선 PC와 노트북에 매달리던 국내 빅5의 서버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이들 국내업체는 가격과 성능이 우수한 PC서버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 진출, 내년까지 이 시장의 50%를 접수할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컴팩이 중형서버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최근 미국 본사가 중대형업체인 탠덤사를 인수하며 IBM과 같은 공룡기업으로
도약할수 있는 발판을 다진데 이어 한국법인도 서버쪽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서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후지쓰 한국HP 등 덩치 큰 중대형업체들의 소형컴퓨터
시장 진출도 주목된다.

월경현상에 이어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합종연횡.

지난해 LG-IBM이 출범한후 광고공세를 통해 매출신장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자 현대전자가 유통부문 강화를 위해 일본 아도사와 함께
티존코리아를 설립했다.

또 오는 9월에는 세계적인 PC메이커인 컴팩과도 손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보컴퓨터의 김기만 마케팅부장은 "올하반기 컴퓨터시장은 별다른 대책없이
전방위 전면전의 양상을 보이며 치열한 경쟁양상을 띨 것"이라며 "가격경쟁과
사업다각화 합종연횡을 통한 세불리기로 한차례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