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사가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겐 3만가지의 병이 있다고 한다.

머리나 배가 아프다가 금세 멀쩡해지는 병으로부터, 걸리기만 하면 살아날
길이 없는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수많은 병에 둘러 싸여 용케도
생명을 유지해간다.

수많은 병중에서 생식기에 관한 병은 남녀가 유별하다.

남성에겐 자궁병이 없고 여성은 전립선병을 앓지 않는다.

여성이기 때문에 걸리는 병중 자궁근종은 가장 흔한 병중 하나다.

걸어다니는 여성 3명중 1명이 알게 모르게 이 병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다.

자궁의 체부나 근육층에 혹이 있어도 평생 모르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고, 존재를 알아도 별로 아프지 않고 생명에도 지장이 없어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병이 여체를 괴롭힐 때 자칫 생식기능을 빼앗아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데 있다.

임신때나 심한 월경통 때문에 병원에 와서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으면 여성들은 암에나 걸린 듯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질환은 악성화할 확률이 거의 없고 암등 악성종양과 병존하는
예도 2% 미만이므로 크게 놀랄 필요는 없다.

단 통증 여부에 관계없이 과다출혈로 인한 빈혈이 발생할수 있다.

이 질환을 오래 앓은 사람중 혈색소 수치 10이하의 빈혈환자가 3분의1에
달하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험한 혈색소 수치 5.9이하의 여성도 10%나
된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혹이 커감에 따라 난관의 위치변동및 운동성 저하와 정자운반의
기계적 장애, 수정란의 착상장애 등을 유발, 임신하기 어렵고(불임률
15~20%)임신을 해도 유산할 가능성이 높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도 일단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야 안전하므로 병이 커지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