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던 금융개혁 관련법률안이 24일 마침내 입법예고됐다.

금융감독위원회및 금융감독원설치법 제정법률안과 한국은행법등 11개법률
개정안이 그것이다.

입법예고된 내용중 가장 중요하고 관련기관간 논란이 많았던 것이
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계개편이지만 생활인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은행의 명칭을 한국중앙은행으로 바꾸겠다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한국중앙은행으로 바뀌면 현재 통용중인 한국은행권도
한국중앙은행권으로 바뀌게 될 것은 명확하다.

수명이 다한 돈을 한국중앙은행권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해나가면 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호칭변경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는게 재경원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뚜렷한 명분이나 실익도 없이 화폐의 명칭을 바꾸어야할 까닭을 우선
이해할 수 없고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비용과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조차 반드시 없다고만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잖은 우려를 갖는다.

큰 금융사고가 터지면 증시등에서는 별별 루머와 억측이 나돌았던게
사실이고 계중에는 화폐개혁설등 어처구니없는 악성도 없지않았다는
기억을 우리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지 한국은행명칭을 꼭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는지
좀더 생각할 문제다.

"중앙"이란 수식어를 끼어넣겠다는 발상이 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옥체계
개편안을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간 줄다리기 과정에서 한은을 달래기위해
나온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슬픈 일이다.

정책이라는게 매사 이런 식으로 성안된다면 정말 큰 일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금융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현안과제인양 이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듯한 재경원의 자세가 기본적으로 마뜩지않다.

금융개혁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시급한 과제가 한둘이 아닌데도
자신들의 업무영역이 걸린 이 문제에만 집착,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감이 짙기 때문이다.

부도방지협약만 해도 그렇다.

법률적인 논리로 보면 물론이고 기존 금융관행에 비추어보더라도 도무지
말도 되지않는 이 제도는 재경원 복지부동의 산물이다.

부도를 내건, 반대로 지원을 해주건 어느쪽을 택하건간에 "말"이 많을
것은 당연하고 그러니 시간이나 벌고 보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엉터리
제도가 나왔을리도 없고, 그로 인해 사실상의 부도가 촉발되는 모순도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아사태를 정부는 구경만 하고있다는 일반의 인식에 대해 재경원은 뭐라고
변명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시장기능이니 금융자율화니 하는 얘기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미국정부는 금융자율을 모르거나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라이슬러지원에
직접 나섰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금융개혁, 그중에서도 특히 중앙은행제도및 감독체계개편문제는
조금도 급할 것이 없다고 본다.

금융시장안정이 정말 시급한 상황인 만큼 이 문제에 재경원이 모든
지혜를 모아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명칭을 한국중앙은행으로 바꾸는 일로 소일하고 있을 때가
절대로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