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정보의 기록보관기술이 경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인류는 그들이 살고 간 흔적을 어디인가에 기록으로 남기며
살아왔다.

안데스산맥의 북부 페루의 거대한 바위고원에는 언제 어떤 사람들이 그려
놓았는지 알 수 없는 비행기 활주로 같은 흔적이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용도를 알 수 없지만 거기에 언젠가는 사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류가 "돌"을 기록의 매체로 삼았던 시대의 흔적이다.

"흙"을 기록의 매체로 삼은 예도 있다.

빗살무늬토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옛 생활양식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나무"가 기록의 매체가 됐던 흔적 또한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서 세계최고의 걸작이 우리나라의 팔만대장경이라는 것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나서 인류는 정보의 보관과 전달의 매체로 종이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돌, 흙, 나무, 동물의 가죽, 그리고 종이.

그러나 이제 이러한 것은 정보화시대가 진행되면서 정보를 기록보관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컴퓨터가 상용화 되면서 마그네틱 테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한것은 불과
50년 전의 일이다.

전자시대의 보조기억장치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테이프는 지금 그 용량이
2백56메가바이트에서 40기가바이트까지 확대되었다.

1메가바이트의 기억용량은 영어의 경우 1백만자, 한글의 경우 50만자다.

그림.사진등을 함께 하는 일반적인 신문의 경우 48면 기준 1일분의 정보를
보관하는데 필요한 기억용량을 대략 4메가바이트로 보면, 2백56메가바이트는
48면 신문64일분이고, 40기가바이트는 약 만일분이다.

그러나 마그네틱 테이프에서 프롤피 디스크, 하드 디스크, 광자기 디스크,
컴팩트 디스크,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로 이전하면 그 보관기능은 더욱
확대된다.

보관 용량도 메가바이트시대에서 그의 1천배인 기가바이트, 그것의
1천 배인 테라바이트,또 그것의 1천배인 페타 바이트시대로 이전하고 있다.

현재 최대용량으로 알려진 5백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는 48면 일반신문
약35만년분, 영화 약27년분을 보관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보관의 량이 아니라 보관의 내용이다.

무슨 정보를 보관할 것인가.

어떻게 쉽게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보관할 것인가.

정보를 선택하고 편집하는 기술,이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것은 이제 정보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의 철학적
문화적 소양과 역사를 해석하는 사관의 영역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