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1년동안 적용될 법정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협상시한을
20여일이나 넘기고도 노사양측이 제시한 인상률 격차가 워낙 커 합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어렵사리 인상안을 마련한다 해도
공고예정일인 8월5일 이전에 노동부장관이 재심의를 요청할수 있는
기간이 부족해 부실심의라는 비판을 면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반 사업장의 노사협상이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저임금협상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노동계의 11.8% 인상주장과 경영계의 3.6% 인상안이
팽팽히 맞서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위해 최저생계비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해 법으로 정하는 임금의 최저수준으로 10인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만약 노동계의 요구대로 11.8%가 오르면 17만8천명의 근로자가, 경영계의
요구대로 3.6%가 오르면 10만6천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되는
셈이다.

매년 최저임금협상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경제불안이 기업도산사태로 확대되면서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에
매달리기보다는 전체 경제논리의 큰 테두리안에서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는
당위성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원래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제 사회적 여건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잘 알려진대로 지금 우리의 기업사정은 말이 아니다.

특히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중소기업들은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기업의 체불임금은 1년전보다 70%이상 늘어난
1천5백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안올리고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최근 몇년동안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9.8%를 인상함으로써 현재 월31만6천4백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수당 등을 합치면 실제로 근로자가 지급받는 임금총액은
노동연구원이 산정한 표준생계비와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산정한
실태생계비를 상회하고 있어 최저임금제의 의미도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올해 또다시 두자리수의 높은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임금이 동결되거나 3~4%의 인상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의 최저임금협상도 결국 노사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작년처럼 공익위원들이 절충안을 내놓고 표결에 부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평균임금도 선진국수준에 육박하게 된 마당에 해마다
최저임금인상을 놓고 지금처럼 노사가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임금은 해마다 반드시 올라야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아직도 관성적으로 높은 임금인상을 당연시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