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보석디자인 분야에 "보석처럼 빛나는"
한 회사가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주)고이노.

이 회사는 보통 개인이 운영하는 "금은방" 수준에 그치고 있는 국내
보석업계에서 처음으로 기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94년 10월 청담동에 가게를 연 뒤 불과 1년반만에 갤러리아 현대
미도파 블루힐 등 국내 유명 백화점내에 보석 매장을 오픈했다.

아무리 구멍가게 수준의 보석업계이지만 고이노의 돌풍은 업계에 큰
화제가 됐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선장은 이은아(32)씨.

지금까지 이씨가 해낸 일을 볼때 서른두살의 나이는 더욱 믿기지 않는다.

이씨는 원래 국립국악고와 이화여대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했다.

90년 대학졸업후 미국 LA로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걷고 싶었다.

그러나 음악을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는데 최소 10년이 소요된다는걸
알게된 이씨는 공부를 포기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던중 집근처에 있는 보석학교 (Ger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에 들어갔다.

궁합이 맞았던 걸까.

고3처럼 공부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한다는 보석학교의 하드트레이닝을
이겨내고 2년반만에 보석감정, 세공, 디자인분야 등 모두 8개분야의
자격증을 따냈다.

94년 5월 귀국한 이씨는 보석디자인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창업작업에 착수했다.

청담동 가게를 여는데 든 비용은 임대료 2천만원과 인테리어비 5백여만원.

여기에 월세 90만원.

그동안 모은 돈과 부모님의 도움을 약간 받았다.

고객들이 보석을 가져오면 이를 가공해 새로운 디자인의 보석으로
탈바꿈시켜 주는 일을 했다.

그래서 비싼 보석을 전시용으로 깔기 위해 들일 돈이 필요없었다.

돈도 선금으로 받으니 그야말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했다.

첫달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빗나갔다.

첫달에 3백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월세빼고 2백만원이 수중에 떨어진 것.

그러나 이정도는 "새발의 피"다.

이씨는 한두달 사이에 순익을 억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월 최고순익 기록은 3억5천만원. 정말 믿기지않는 액수를 벌어들였다.

1년반만에 이씨가 모은 돈은 10억원.

비범한 사람은 역시 다르다고나 할까.

이제 무슨 걱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듯도 하지만 이씨는 10억원
전부를 매장 확대에 투자했다.

고이노를 기업화한 것.

"국내 보석소비량은 세계 3위인데 보석산업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외국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데다 감각도 너무 뒤처집니다.

그냥 보석가게 차려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뿐이지요"

이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보석 디자인은 5백여개.

시장에 내놓은 디자인중 어느 것하나 안팔리는게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번달 통상산업부가 주최한 우수산업디자인전에서 국내사상
처음으로 보석분야의 GD마크를 획득했다.

고이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30억원이다.

이씨는 하반기에 1백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5백억~6백억원으로 매출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매장도 전국으로 확대한뒤 내년에는 일본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고이노가 잘 나가다보니 여기저기서 물건을 달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자 아우성이다.

그러나 이씨는 그렇게 돈벌기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보석회사를 만들겠다는 야심때문이다.

이씨의 창업관은 간단한다.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앞서 뛰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