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0년쯤에 가면 지금 아시아-태평양시대, 미래세계의 센터가 될
것이라는 한국 일본 중국, 즉 동북아시아가 엄청난 지각변동에 부딪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지각변동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마련하지 않으면 동해와
황해를 연해 사는 생명들은 서양과 미국이 거쳐간 근대화 근대경제성장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유통 대량에너지소비 대량쓰레기 대량교통이동
대량공해라는 근대양식의 마지막 "성공적" 주자로서 비극의 종착역에 제일
먼저 도착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물신주의적 근대화 노선추구, 이제는 박정희의 경제제일주의에
항거하던 야당까지 경제제일주의에 함몰하고 이 시대를 경제시대로 보는
지도자들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한 이 지역은 서세동점 앞에 근대화를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근대화의 비극의 종착역엔 구미보다 먼저 도착하는
역설과 배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후 1백여년의 근대화 성공신화가
마감되고, 한국은 60년대 이후 50~60년의 경제제일주의가 비극으로 마감되며,
중국은 80년대이후 덩샤오핑식 근대화가 역시 지구적 차원의 공해대국으로
종착될 것이다.

일본은 6월1일 현재 드디어 15세이하 인구보다 65세이상 노령인구가 더
많은 전형적인 노령사회가 되었다.

일본은 급격한 노령화뿐 아니라 아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2006년의
1억2천7백만명을 피크로 2025년 1억1천8백만명, 2050년 9천4백만명, 2090년
6천1백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즉 앞으로 1백년 뒤 일본인구는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일본의 인구는 4천만명이었으나 20세기 1백년에
3배 늘었던 인구가 다시 1백년뒤에는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추계를 한 후루타 다카히코 교수에 의하면 2100년의 세계인구를
1백10억으로 보니까 그때 일본의 인구는 현재 세계 8위에서 30위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일본이 결국 "대국"이 될 수 없는 까닭은 이 인구로만 보아도 분명해진다.

한국은 현재 추계로는 2026년에 가서 65세이상 노령인구가 15세미만
어린이 인구보다 많아지고 노령인구 비율은 95년 5.9%에서 2022년 14.3%,
2030년 19.3%로 착실한 노령화사회가 된다.

그나마 현재의 추세에 의한 계산이지 급속한 도시화, 여성의 사회진출,
신세대의 1자녀 또는 무자녀경향으로 보면 노령화와 아동인구감소는 더욱
빨라지고 인구피크연도도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다.

놀랍게도 중국 역시 노령화와 아동인구 감소는 빨라 우리보다 4~5년 뒤
2030년께이면 노령인구가 아동인구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잃고 내일이 안보이는 불안이 느는 까닭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인구구조의 변화, 즉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 특히 노령화의 급진과 아동인구의 급감에 있다.

이 급속한 노령화와 아동인구감소는 선진국 모두의 경향이고 심지어
한국에서 보듯이 일부 중진국에서도 일찍부터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 일본 중국의 경우는 그 속도가 서구 선진국의 경험보다
비할 수 없이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서구선진국중에서도 패턴은 일정치 않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가 빠르고
미국 캐나다 등 이민이 많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특히 모든 선진국들이 2010~2020년께부터 일제히 인구감소로 바뀌는데
비하여 유독 미국만이 계속 늘어 2050년까지도 3억5천만명의 4위 인구대국
으로 남게 된다.

일본은 그나마 2조달러가 넘는 해외자산이 있고 국부도 단단한 편이나
한국이나 중국은 구미에 비하면 국내외 자산이나 저축도 별것이 없으면서
선진국형 인구노령화, 산업인구감소 현상이 급속히 앞당겨짐으로써 영국병
스웨덴병이 아주 일찍 다가오게 된다.

우리 한국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줄어드는 아동인구, 줄어드는 생산인구
구조에서도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복지롭게 부양하며 선진국이 되고, 줄어드는
인구로서 늘어나는 세계인구(2050년 1백억추정)와 겨루며 평화롭게 살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첫째 중국과 같이 일가족일남체제에서 한 손자를 여덟명의 외가 친가
부모와 조부모가 모시는 소황제로 키워서는 가족제도가 망가질 뿐 아니라
인격적이고 질과 생산성높은 인력 노동력을 키울 수 없다.

우리 한국은 생산인구 1인당 노인인구 부양비율이 95년 8.3명에서
2010년 14.2명 2030년 29.8명으로 적어도 30년 뒤 노동력의 질은 지금보다
3.5배는 향상되어야 오늘과 같은 수준의 노인부양이 가능하다.

하물며 노인부양뿐 아니라 그간에 우리가 선진화되기 위한 인력의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

노령화와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진화되기 위하여는 지금부터
20년 30년 뒤 노동력이 될 오늘의 어린이 교육이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오늘의 우리 어른수요에 맞춘, 특히 어른교육자 자리보전을 위한 어린이
교육 공급이 아니라 노령화 인구감소시대에 노인들을 부양하고 힘이 있는
나라가 되기에 필요한 "능력"있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지금보다 열배는 능력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지가 지식 두뇌산업 문화예술 정보SW산업 기술집약산업에 맞는 교육으로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혁명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탈근대 초근대 탈공업화 경제제일주의의 극복과 창조적인간 인성교육
도덕교육이 획기적으로 착수되어야 한다.

둘째 일본은 일본재창조의 대개혁없이는 인구감소, 노동질 악화로 쇠락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한국도 이점에서 10년 또는 20년의 차이가 있을뿐 일본유형을
따라갈 것이나 북한과의 통일 및 우리의 인력 교육 정책에서 혁명이
성공하면 그 기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통일된 한국이 일본보다 인구수에서
뿐 아니라 능력면에서도 앞서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

대일본관계에서 우리의 능력키우기에 열중하는 것이 감정적 대응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현명하다.

셋째 인구변화가 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로서는 중국 일본과의 관계안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구구조, 인력의 질을 보아도 미국의 힘은 일본이나 유럽의
쇠락에 비하여 특별히 대조적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더구나 정보력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한 미국의 리더십은 21세기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대미 외교의 중요성과 전략이 따로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2020년에 인구 10대국에는 미국만이 3위이고 러시아가 9위일뿐
나머지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브라질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멕시코로 오늘의 후진국이 차지한다.

2050년엔 에티오피아 자이레가 등장하고 러시아와 멕시코가 탈락하나
18위까지 1억이상의 인구대국에는 미국 러시아를 빼면 모두 인도양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의 나라들이다.

지금부터 동남아는 물론 인도양제국에 대한 연구와 인맥을 착실히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란 베트남 필리핀이 그런
나라들이다.


[[ 약력 ]]

<>동아일보 논설주간 (1989~90)
<>한국경제신문사 회장 (1994~96)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이사 부원장
<>과학기술처장관 (1990~93)
<>서울시 21세기위원회 위원장
<>고대언론대학원 초빙교수 (1993~95)
<>현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1995~ )
<>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1995~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