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기아호의 부도위기 파문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밀려들고
있다.

해외기채가 무기연기되고 해외의 채권자들은 기아호를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당국대로 달러와 금리의 상충된 목표를 좇아 우왕좌왕하고 있다.

자칫 국가경쟁력 전체를 침강시키는 일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국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하청업체 자금 지원은 변죽만을 울리고 있다.

당국은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금을 푸는 한편 폭등하는 달러를 잡기
위해 지난 사흘동안만도 10억달러이상의 달러를 풀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정책의 난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 와닿고 있는 기아파문을 긴급 진단한다.


<> 해외 자금차입 곤란 =공교롭게도 차입일정이 7월하순 이후로 잡혔던
금융기관들은 직격타를 입게 됐다.

특히 자체 신용으로 해외차입이 불가능해 기업은행등 신용도 높은 기관의
보증을 통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하려던 종금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과 제일종금은 신디케이션(채권금융기관) 구성까지 마쳐 오는 21일
(동양,1억2천만달러)과 24일(제일,1억5천만달러) 발행계약 체결식을 갖기로
했으나 기아파문으로 무기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CP에 대한 2차보증을 선 9개 국내은행이 난색을 표명했고 그 경우 발행연기
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1차 보증기관인 기업은행이 밝혔기 때문.

이로인해 현재 CP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한솔(1억달러) 중앙(1억달러) 한외
(1억달러)등 종금사들의 기업어음 발행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금사와 유사한 형태로 미국시장에서 CP를 발행하려던 경기은행과 강원은행
도 피해를 입을 공산이 높다.

산업은행이 지급보증을 한다고는 하지만 2차보증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물에 경계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종금도 5천만달러어치 해외차입을 시도했으나 채권금융단중 1개 기관이
기아사태를 우려해 보류를 요청, 차입시기를 이달말로 늦췄다.

반면 아세아종금은 18일 홍콩에서 현지법인을 통해 4천7백만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가까스로 발행했다.

또 주택은행도 지난 16일자로 주식예탁증서 3억달러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 자금시장 =CP(기업어음)금리가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아파문으로 기업들이 자금확보에 나서면서 CP물량은 늘어난 반면 은행
신탁등의 CP매수세는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연 11.80%를 나타내던 3개월짜리CP 할인율은 18일 연 12% 수준
으로 급등했다.

전주말(14일)의 연 11.50%에 비해서는 0.50%포인트가량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CP할인율이 연 12.0%대로 접어들기는 지난 6월4일의 연 12.04%이후
한달여만에 처음이다.

이와함께 CD(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도 급등, 전주말 연 11.70%를
기록했던 CD수익률은 이날 연 12.20%로까지 뛰어올랐다.

회사채수익률도 16일보다 0.08%포인트이상 오른 연 12.13%에서 거래가
형성됐다.

동양종금 남궁훈 차장은 "기아에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이후 기업들이 자금
가수요에 나서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신탁 투신등 CP의 주요매수세력들
은 신용리스크를 의식, CP매입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대 삼성 LG등 3대그룹이 발행한 CP에 대해서도 계열기업의
내용에 따라 선별적으로 매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외환시장 =달러 사재기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폭등세를 연출했다.

매매기준율보다 50전 높은 8백94원에 최초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환율은
이날 최저 거래가로 기록됐다.

최고 거래가는 8백94원80전.

외환당국은 이에따라 선물환쪽으로 매도개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현물로 매도개입을 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원화를 다시 흡수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홍콩시장에 원화는 달러당 8백97원에 거래될 정도로 가치가 폭락했다.

게다가 1년짜리 선물환의 경우엔 달러당 9백40원에 매도주문이 나올
정도였다.

외환딜러들은 "기아사태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탓에 달러화를
미리 확보하려는 매수세들이 많았다"며 "외환당국의 매도개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선물과의 차이가 워낙 커 환율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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