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의심이 갈 정도로 낙제점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경상수지적자 2백37억 달러, 총외채 1천45억 달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1%, 소비자물가 상승률 5.0%가 작년도의 성장기록이다.

특히 GDP에 대한 경상수지적자 비율은 4.9%로 주요 선진국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인 미국의 2.2%보다도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여 적자규모에서나
GDP에 대한 비율면에서 나쁜 영향으로 단연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같은 추세는 금년 1.4분기 중에도 지속되어 경상수지적자 규묘는
78억5천7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7배나 증가하였고 성장률에 있어서도
전년동기대비로 무려 2.4%포인트가 감소한 5.4%로 지극히 저조한 상태이다.

그런데 더욱 웃기 못할 넌센스는 지난 6월 9일 엔화가치가 달러당
111.80엔으로 상승함에 따라 우리경제가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낙관하에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하여 주요 민간경제연구소가 앞다투어
하반기 경제전망치를 크게 상항조정하여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엔고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부인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IMF가 5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도 상향조정되어 선진국이 96년에
2.5%의 성장에서 97~98년중에는 2.9%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세계교역량도
96년의 5.7%에서 7.3%로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따라서 외부경제여건에 민감한 우리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금년 하반기
경제는 상반기보다 호전될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내에 지금의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욕이다.

이는 최근 엔고로 인해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단가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을 보아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문제는 우리경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외부 여건변화에 쉽게
좌우되어 희비애락을 겪는 에피소드를 종식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경제에 내재하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구조조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엔고와 같은 외부여건의 유리한
전개에 따른 반사이익도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양상은 달랐지만 이와 같은 유사한 경우는 80년대 후반 경상수지흑자
시기에도 이미 경험한 바있다.

유례없었던 당시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으로 경제구조조정
노력을 멀리한 채 정책당국은 밀려들어 오는 통화증발압력을 제거하는데만
정책초점을 두었고, 민간경제주체는 소비패턴을 급변시켰으며 기업은 무리한
시설투자확장과 환투기에 가담한데 이어 생산참여자들 마저 제몫 찾기에
골몰한 결과 임금, 금리, 물가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생각하면 지금의 경제위기상황은 이미 그때부터 잉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을 포함한 경제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OECD가입을 위한 자본시장의 조기개방조치등 일련의 사태진전도
외부충격에 더욱 취약한 경제구조로 변모시키는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정부나 국민이 해야할 일은 더 이상 외부 여건변화에 거품경제구조가
되지 않도록 합심하여 노력하는 길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가안정화에 최우선의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물가안정은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불식시켜 금리, 환율의
불안정성을 제거함으로써 저축증대를 유도하는 동시에 실질환율상승 즉
수출경쟁력을 증가시켜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경제에 만연하고 있는 인플레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핵심
경쟁대상국인 일본, 대만보다 휠씬 높은 수준의 단위노동비용, 금융비용
부담률, 물류비용등을 근원적으로 경감시킬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만성적으로 수출증대에 수반되어 유발되는 수입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기초소재 및 부품산업,기계류선업의 육성과 더불어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의 구축이 요청된다.

뿐만 아니라 전자.전기,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등 소품종 대량
수출로 인해 국민경제가 외부 여건변화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받는 점을
감안하여 수출품목 및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간경제주체는 건전한 소비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 과소비, 사치성
해외여행, 고가소비재수입을 절제함으로써 저축증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정책당국은 금융.외환.자본자유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의 상황하에서는 경상수지개선을 위한 환율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하고 통화, 금리, 환율정책의 효율적 결합을 통해 물가안정하에
적정수준의 경제성장목표를 달성시킬 방안을 심도있게 연구.검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기업으로도 생존원칙에 입각하여 경재우위확보를 위한 중.장기전략
을 수립하여 자체의 체질개선을 통한 고비용구조의 개선과 더불어 품질향상,
고유브랜드개발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고품질상품이야 말로 외국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비탄력적으로 전환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관건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에는 첨단정보산업을 비롯한 고도의 기술.지식집약형 산업이
주도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영역이 희석되고 무주도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영역이 희석되고 무한경쟁시대가 전개되는 상황하에서는 앞선자가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