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 <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주택시장동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말 이후 서울이나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일부에서는 부동산경기 10년 주기설이나 연말의 선거를 들먹이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점차 회복국면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와 관련하여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으며 주택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일본을 위시한 몇몇 나라에서 나타났던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가격의 폭락과 주택경기 회복이라는 전혀 다른 두가지 주장이
제기되면서 향후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대하여 상당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앞으로 어떤 상황을 보일 것인지를 예측하려면 이들
주장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가격의 폭락가능성을 제기한 주장의 배경인 일본의 부동산가격
폭등과 폭락현상을 살펴보자.

80년대말 일본의 주택가격 및 지가폭등 현상의 원인은 외환시장에서 주로
발생한 대규모의 잉여유동성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된 것이 주된 이유로
여겨진다.

또한 일본경제, 사회의 국제화, 자본자유화, 금융자유화도 가격폭등의
한가지 배경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부동산가격에는 상당한 거품이 존재하였으며 공정이자율의
인상, 부동산대출의 제한, 관련세제의 강화조치가 잇따르면서 거품이 빠지고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가격도 폭락하였다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80년대 후반의 3저 호황에 의한 높은 경제성장이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에도 어느정도는 거품이 있겠지만 폭락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전세값 상승이나 부동산 10년주기설을 바탕으로 주택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과거 움직임으로 볼 때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택경기 회복에는 늘 경제호황이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경제상황의
호전없이 주택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주택경기의 회복을 주장하는 또다른 배경에는 금년말의 선거가 주요한
변수로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몇차례 선거후에 나타난 주택시장의 동향을 보면 선거와
주택시장간에 뚜렷한 관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80년대 중반이후 두차례의 선거가 있었던 87년과 92년의 선거후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87년 선거후에는 큰 폭으로 오른 반면 92년 선거후에는
도리어 떨어졌다.

주택경기는 경제적 상황, 정책운영방향 및 수급동향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주택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먼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회복속도는 비교적 느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한 부동산실명제같은 투기억제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연 50만가구 내지
60만가구의 주택이 건설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주택부족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수도권에 대한 택지공급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수급상의 불균형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현상은 주택수요의 구조적
변화이다.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으로 대체수요인 임대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소득향상과 주거선호패턴의 변화로 인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가격은 전반적인 안정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년초에 서울
일부지역이나 신도시의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주택수요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결국 최근에 나타난 일부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부동산경기의
회복이라기 보다는 주택의 가치재편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택시장에서 금년 하반기에 예상되는 특징은 전반적인 안정하에서
지역이나 주택유형, 입지여건에 따른 차별화현상의 심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의 입지여건이 좋은 아파트와 나머지 주택간의 가격차별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주택시장의 안정기조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