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대우경제연 국제경제팀장>



한동안 진정될 기미를 보였던 태국의 바트화 위기가 7월2일 통화제도를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이후 재연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태국과 경제사정이 비슷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느 국가이든 간에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급락하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사정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동남아 위기의 단초가 됐던 태국을 보면 90년대 들어 연평균
8%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주가와 지가가 폭등함에 따라 태국
국민들은 한 때 장미빛 환상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수출과 성장률이 둔화되고,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는
등 경제사정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이번에 바트화가 환투기가들에 의해
집중적인 투매대상이 된 것이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 언정 여타 동남아 국가들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는 최근 동남아 위기가 단순히 통화제도 변경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제2의 멕시코 사태로 진전될 것인지의 여부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향후 동남아 지역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94년 페소화 위기 당기의 멕시코처럼 극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적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동남아 지역에 대한 성장논쟁에 논의로 하더라도 현재 이 지역의
경제여건은 페소화 위기시의 멕시코에 비해 건전하고, 페소화위기 이후
IMF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안정화 방안도 마련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금년 3월에 첫 모임을 가진 "아.태 G6"국가들이
동남아 외환시장 안정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최근 일련의 동남아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점에서 최근의 동남아 사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하나는 동남아 국가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대의부문의 균형을 회복하지
않는한 금융위기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이 외자에 의존하는 성장전략과 정치적 불안정,
금융안정판으로서의 중앙은행의 역할 미흡으로 언제든지 환투기가들의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최근 들어 동남아 지역에 대한 경제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동남아 투자비중은 10%를 상회하고 있고 수출비중도
15%에 달하고 있다.

특히 국내금융기관들의 해외총여신중 동남아에 대한 여신비중은 약 31%에
달하고 있다.

물론 상당부분은 금융기관 나름대로 헷지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 93년
이후 동남아 신드롬에 편승하여 투자한 규모도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입은 피해액은 상당규모에 이를 것이다.

결국 동남아의 금융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보면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투자자금 조기회수 등의 조치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동남아 지역의 성장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여 동남아 국가들이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그나마 이 지역과의 무역흑자로 전체 무역적자를 줄여 나가는
우리로서는 무역적자 축소문제가 요원해 지는 것은 물론, 외채증가와
원화 절하 등의 파급효과(Tequila Effect)도 우려된다.

따라서 동남아와의 경제관계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우리로서는 IMF,
일본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동남아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는 것이
최선책이지 않나 판단된다.

이렇게 해서 이 지역이 안정을 찾을 경우 현지 진출기업의 입지강화뿐만
아니라 최근 동남아 국가들의 반덤핑 입법을 계기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양국간 통상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가 혹은 개별 기업차원에서 각종 거래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전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도 이같은 금융위기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들어 수출이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다소 나마
완화되고 있으나, 경상수지적자와 외채문제가 남아 있고 기아그룹의
부도유예 결정 등 취약한 경제여건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제2의 동남아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여건을
건전하게 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협약을 추진하는 등 인접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방화 시대에 있어서는 국제수지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정치안정과
중앙은행의 위상이 강화되지 않는 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정치권의 알력과 금융감독권을 둘러싼 부처간의
대립및 경기회복 조짐을 틈타 약화되고 있는 일보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구조조정 의지 등은 경계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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