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몰아붙이고 있는 영해확장 시도는 그들이 일방적으로 못박았던
한-일어업협정 개정착수 시한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분쟁격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일본측의 한국어선 나포와 같은 실력행사가
재연될 경우 여러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양국관계는 시대역행적
퇴행을 초래하지 말라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일측의 직선기선 일방선포로 촉발된 이번 분쟁은 일본의 현 3당연정이
생래적 약점을 보강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전망이 불투명하다.

문제는 일측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측 역시 대내적 실책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한-미-일 단일선상의
안보외교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인접국과의
새 관계설정에 이렇다 할 근본전략을 갖고있지 못하다.

만일 대선이 끝나도록,늦춰잡아 새정부가 발족하는대로 독도문제를
포함한 한-일 해상경계 문제접근에서 근본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어업협정은 물론 배타적 경제수역(EEZ)획정에서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하여 실리있는 외교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직선기선이 인접국간의 협의를 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포된다는
발상부터가 국제법상 있을수 없는 행위임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그것을 근거로 어선나포라는 실력행사를 거침없이 자행한다는
사실은 일본이 자국어민 보호를 앞에 내세워 보다 은밀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말할나위 없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들먹여 경제력에 상응한
국제지위향상이란 일본의 새로운 국수주의 경향에 영합하려는 심산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정부나 지도층은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침략행위에 대한 반성에서 우러난 독일의 자발적 협력이 통합유럽 실현에
원동력이 되고 있는 역사적 선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일본 자체와 인접국,나아가 그들의 상투어인 아시아의 공영을
세계에 과시할수 있을 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물론 한국으로도 새로운 안목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역시 선은 가해측이다.

만일 그런 원대한 관점에 잠시라도 서서 본다면 수세기동안 엄연히
이웃나라의 실질적 관할하에 있어온 한 작은 바위섬을 자국령이라 계속
우기는 행위가 현대 일본에 어울린다고 보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정부는 특히 영토권에 관한 일본과의 어떤 대좌에서도 확고한
역사관과 세계관에 입각, 양보할수 있는 선과 그럴수 없는 한계를 분명하게
그어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어업협정과 그 핵심인 기선획정에도, 경제수역 협의에도 세계공인의
원칙이 있고 관례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한 일방적 고집은 완력의 남용이겠지만 객관 타당한 명분과
확고한 의지를 대국이라고 해서 함부로 짓밟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다만 지도층이 여론을 이끌지 못하고 끌려만 가는 조류가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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