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15일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방지협약 적용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총자산 기준 재계서열 8위의 기아가 좌초위기에 몰림에 따라 가뜩이나
낮아지고 있는 대외신용도가 추락할까봐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한켠에선 누가 기아의 새 주인이 되는냐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의 전반적인 정서는 "결국 기아 마저도"하는 안타까움이다.

특히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등 자동차 업체를 보유한 그룹들은 "일단 기아를
살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LG 선경그룹 등도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기아의 향후 진로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현대 관계자는 "한보 부도 이후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우리 기업의
대외신용도가 더욱 떨어질까 걱정"이라며 "10대 그룹이 이 지경인데 어느
금융기관이 대기업 그룹에 돈을 빌려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아가 어려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지는
몰랐다"며 "기아의 사례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풀이했다.

대우그룹측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이 기아의 자구노력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화학,전자 관련 계열사에서 기아쪽에 납품한 것이 많아
걱정이지만 일단 부도방지협약으로 어음이 처리될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경그룹 역시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만큼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대표적인 대기업이 이 지경까지 몰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쌍용그룹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아가 투자를 과도하게
한 것이 오늘의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이 아니겠느냐"며 일단 부도방지협약
적용으로 부도위기를 피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이날 공식논평을 내지 않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
의 여신활동 위축에 따른 기업금융 경색현상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 자율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금융기관들도
신용과 사업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