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는 왜 멸망했나.

제국이 강성해질수록 사치에만 흘러 서비스업만 번성했다.

경제력의 원천이었던 농업과 무기제조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은 변방의
속령으로 속속 이전해 나갔다.

이를 간과한 것이 멸망의 한 원인이었다고 한다.

국력의 원천이 먼 변방으로 빠져 나가 힘이 없어진 제국이 제조업으로
강성해진 주변세력속에서 그대로 지탱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서비스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이며
어절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서비스경제화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성장의 급속한 둔화는 불가피하게
된다.

서비스업도 무협의 생산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물건을 생산하지는 않는가.

자연히 생산성도 낮을수 밖에 없다.

91년 일본의 경제기획청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1인당 생산성은
제조업의 65% 수준이라고 한다.

국제경쟁력은 결국은 생산성의 경쟁이라고 볼수 있다.

그런데 생산성이 65%수준인 서비스업만 번창하면 그 나라가 더욱
발전하기는 커녕 온전할리가 없다.

예술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4중주단의 1인당 생산성은 고대나 중세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다.

오히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가 발전해야만 예술도 꽃필수 있다.

서비스부문은 공업의 발달에 따른 파생수요로서 확대되는 정규서비스업과
단순히 잉여노동을 흡수하는 비정규서비스부문으로 나눌수 있다.

노점상 행상 수리업등만 득실대는 비정규서비스부문이 판치는 나라가
바로 못사는 나라다.

제조업이 앙상한 나무처럼 시들면 그런 꼴을 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생산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년 32%에서 작년엔 25%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독일의 32.3%, 대만의 30.5%, 일본의 27.4%보다도 낮아졌으니 위험수위가
아닐수 없다.

거기다가 창업희망자들마저 외식업 판매업등 광의의 서비스업에만 몰리고
막상 제조업선호는 1.8%밖에 안된다고 어느 조사기관이 밝히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고대로마보다도 더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자원이 없어 수출로 외화를 벌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는 변함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