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취업시즌.

슬슬 대학생들은 입사원서를 수거하기 위해 순방에 나설 때다.

전례없는 불황에 날로 좁아지는 취업문.

그 틈을 낑낑대며 비집고 들어갈 생각을 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니 입사지옥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누군가의 한탄은
취업 전선의 치열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에서 쓴맛을 본 임모(24.K대 사회학과졸)양은 "취업이
이렇게도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속칭 잘나가는 대학간판, 나무랄데 없는 학점.

취업 재수자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조차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비명문대출신들의 고충은 한층 더하다.

기업들이 대학을 골라가며 취업설명회를 열거나 원서를 분배하는 통에
출발부터 뒤지는 불공정게임을 치러야 한다.

"회사로 직접 찾아가도 원서가 떨어졌다고 하는걸요.

아예 원서를 낼 기회부터 원천 봉쇄당하는 셈입니다"

비명문대출신인 김모(27.D대 4년)씨의 항변이다.

취업현장을 뒤덮고 있는 한랭전선이 물러날 때까지 취업을 미루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뒤늦게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학기를 연장해 잠깐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것.

각 대학들도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기업설명회를 발벗고 유치하거나 비디오 등을 동원한 모의면접 취업특강
등을 실시한다.

이화여대는 영어와 컴퓨터 실력을 보증하는 이화인 인증제를 도입, 졸업생
품질보증을 하고 있다.

표경희 취업실장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취업강좌와 더불어 개인별 맞춤
지도로 취업문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희대는 지난학기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및 진로특강을 개설해
8회이상 수강한 학생에게 1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특강에는 송자 명지대 총장 등 각계 저명인사가 진로에 대한 강의를
펼친다.

매번 2백~3백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꽉꽉 메운다.

한양대가 올해 새로 개설한 3학점짜리 교양과목인 일과 직업의 선택은
진로 지도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기업은 기업대로 인재사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황이니 명퇴니 잔뜩 처져 있는 분위기에 새바람을 일으킬 똘똘한 인력을
구해야 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이색 전형방식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프 면접으로 유명한 미원.

부장 과장 대리 등이 총출동해 예비사원들의 패기를 체크한다.

오고가는 맥주잔 가운데 응시자들의 진짜 인성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일부 디자인 회사들은 아예 직접 대학으로 출정해 인재 낚기에 나서고 있다.

불시에 대학으로 찾아가 학생들의 작품집을 평가하고 끼가 보이면 즉석면접
을 실시하는 것.

이외에도 공모전을 통해 실력자를 발굴하는 방법도 근래에 등장한 신조류다.

"취업전선 이상무!"

어깨가 늘어진 취업 준비생들에겐 이보다 더 간절한 바람은 없을 듯하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