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과 최고의 교수진이 포진하고 있다는
서울대학교.

그 서울대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좌는 무엇일까.

답은 골프.적어도 올 여름 계절학기에서 만큼은 그렇게 나타났다.

서울대학교의 수강신청 방법은 교내에 비치된 단말기나 컴퓨터 통신 등을
이용하는 전산처리식.

지난달말 학교측이 계절학기 수강신청을 받기 위해 호스트컴퓨터의
터미널을 켠지 채 30분이 못돼 교양과목인 1학점짜리 골프 강좌 3개가
전체 강좌들중 가장 먼저 마감된 것이다.

서울대 골프강좌의 인기는 올해 매스터즈대회를 최연소 최저타수 등 각종
기록을 세우며 제패한 타이거 우즈나 최근 LPGA(여자프로골프협) US오픈에서
첫날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한 박세리 돌풍과 궤를 같이한다.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녹색 그린과 시원한 드라이브샷을 보여주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공교수로부터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또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또 한 학기에 5만원만 내면 방배동의 학교전속 골프연습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매력이다.

이는 또 우리나라에서도 골프 인구가 7백만을 넘을 정도로 대중화됐다는
반증으로도 비춰진다.

그동안 서민층을 대변하는 정책을 주창해온 김대중씨가 최근 모 프로골퍼
와의 인터뷰에서 퍼블릭 코스를 늘리고 골프관광특구 개발을 검토해 보겠다
고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대학가 특히 서울대에서의 골프 열풍을 곱지 않은 눈초리로 보는
이들도 많다.

수강생 대부분은 골프를 칠 줄 아는 부모님의 권유로 수강신청한 서울
학생들이라는 것.

대부분 사회 지도층 인사인 이들 부모들이 자식들에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골프를 가르치는데 대해 "없는 이들은 사회생활도 못하란 말이냐"는
반발이다.

그러나 막상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은 이런 논의에 관심이 없다.

다만 "골프가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인지 미처 몰랐다"(언어학과 2년
이모씨)며 골프의 묘미에 푹 빠질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