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다자간투자협정
(MAI)은 과거의 어떤 국제규범보다 강도가 높은데다 금융자산거래 전반을
망라하고 있어 이 협정발효가 국내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영철)은 14일 오후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MAI 협상과 금융산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MAI협상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들은 MAI협상이 발효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강화돼 금융기관의 수익성 제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리 = 박영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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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동향과 대응방안 >>

김우석 < 재정경제원 국제금융.증권심의관 >

MAI는 이윤동기에서 발생하는 국가간 자본이동 즉 해외투자를 국제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OECD국가들이 논의하고 있는 국제규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국제규범들은 약한 법적구속력과 낮은 투자보호수준, 참여국의
제한 등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국제법적 장치로서는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강력한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회원국들의 협정이행을 담보하는
다자간투자협정을 창설하자는 논의가 미국의 주도하에 OECD를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MAI의 특징은 첫째 투자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이다.

MAI에서는 자산접근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기업 주식 채권 지적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자산을 투자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둘째 투자대상 자산의 취득, 설립 등 투자실행단계 뿐만 아니라 기업을
설립한 이후의 운영 영업 확장 처분등 전체 투자과정에 대해 내국민대우
최혜국대우 등 협정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셋째 MAI는 국가 대 국가간 분쟁해결절차 뿐 아니라 투자자 대 국가간
분쟁해결절차를 도입하고 있으며 패소시 제도개선은 물론 외국인투자자의
손실에 대한 금전적 배상의무까지 부과하고 있다.

넷째 MAI는 투자활성화를 통한 모든 참여자의 후생증대(윈-윈 게임)를
전제로한 협상이지만 구체적인 협상에 있어서는 자국의 이익을 철두철미하게
추구하는 국가간 이익추구의 각축장이라 할 수 있다.

MAI협정에 가입할 경우 외국인투자유치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또 시장개방 및 투자보장의무는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가맹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MAI가입에 따른 역기능도 적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교란가능성이다.

우리의 금융산업은 여타국에 비해 아직 경쟁력이 취약하고 국내외 금리차
및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할 때 급격한 시장개방에 취약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어 MAI가입이 금융시장 개방 확대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이 교란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MAI협정이 발효될 경우 선진금융제도나 관행에 익숙한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빈번한 제소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금융산업은 제도 및 관행에 있어 내외국인간 상당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데다 금융정책의 성격상 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상당히
개입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MAI는 향후 국제투자관련 기본규범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협정문안작성
과정(Text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또 문안작성과정에서의 협상과는 달리 유보협상은 자국의 이해득실과 직접
관계될 뿐만 아니라 일단 협상이 종료되면 추가유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복잡하고 MAI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업계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MAI가입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기업들도 이제는 국내시장에서도 외국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업내부의 비효율적인 경영구조를 타파하고 업종전문화를
통해 외국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배양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