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오늘 1천만대를 돌파한다.

이로써 한국은 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연 세계 15번째 나라가 되었고,
이미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대열에 올라서 있다.

국내자동차 산업은 60년대초 본격적으로 시작, 이제는 기간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고 우리의 경제발전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해방되던 해인 45년 한반도내 자동차는 불과 7천3백86대였다.

47년에 1만대를 돌파했고 67년 5만대로 늘었다.

자동차 1백만대를 넘어섰다고 떠들썩했던 85년 이후 자동차증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 92년 5백만대를 넘었고 이제 1.5가구당 1대꼴로 자동차를
갖게된 문자그래로 마이카 시대를 맞게 됐다.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로서 사람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준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걸 누구나 알고 있다.

공해유발은 물론 낮은 도로율과 교통문화수준으로 빚어지는 문제점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짧은 기간동안 교통문화의 뒷받침없이 자동차만 늘어나
교통법규 위반자수가 일본에 비해 차량당 8배가 되고, 보행자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선진국에 비해 2~3배 많다는 것은 우리의 자동차문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끄러운 통계다.

정부는 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맞아 교통정책을 기존의 교통시설공급
중심에서 자가용운행억제를 골자로한 수요관리위주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도로등 교통시설의 공급은 한계가 있어
불요불급한 교통수요의 억제를 통해 교통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정책방향은 옳다.

그렇지만 수요관리위주 정책이라 해서 자동차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자동차산업은 기간산업일 뿐아니라 유망한 수출산업이라는 측면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의 자동차 보유대수에 비해 도로여건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그러나 교통이 막히고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여건 탓으로만 돌릴수
없다.

버스 택시를 비롯한 모든 차량의 과속 난폭 곡예운전이나 고속도로에서
무법자로 행세하는 고속버스와 대형차량의 운행모습을 보면 이러고서도
우리가 자동차 5위 생산국, 세계 15번째 1천만대 보유국임을 이야기할수
있는가를 되묻지 않을수 없다.

정부의 교통종합대책에선 차고지확보문제,도심주차장 상한제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있으나 공청회 등을 거쳐 옳다면 과감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편하게 할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외면하는 교통정책은 성공할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자동차시대를 맞아 가장 기본적인 규칙과 질서지키기 운동을
광범하고 지속적으로 펼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교통규칙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자동차에 아예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초보적인 수준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한 자동차는 살인무기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