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법은 나라를 보전함을 최상으로하고 남의 나라를 치는 것은
차선이다.

따라서 용병의 최상은 적의 전략을 깨뜨리는 것이자 적군들의 연합을
파괴하는 것이고 다음이 적병을 치는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병법가였던 손무가 저술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의 요체는 가능한 한 병력을 동원하지 않고 불필요한 소모와
위험이 없이 적을 굴복시키는 전략이 최상책이며 적을 공격하는 전술은
차선책이라는데 있다.

손무는 이와같은 주장의 결론으로서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명언을
남겼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가 않다는 뜻이다.

적군의 전력을 모른채 아군의 전력만을 알고 싸우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적군과 아군의 사정을 모두 모르고 싸우면 백번 싸워도
백번 다 패한다는 뜻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는 "싸우기전에 승패가 결정된다"고 단언했다.

손무의 이러한 병법을 음미해 보면 현대의 전술전략에서 크게 중요시
되는 정보전을 상기하게 된다.

북한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씨가 귀순뒤 풀어놓은 북한관련 정보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세히 알수 없으나 엊그제 기자회견을 계기로 "황 파일"
이라는 제하의 기사들이 다시 관심의 지상에 오르게 되었다.

여기에서 문제는 "파일"의 정의다.

그동안 파일과 리스트라는 명칭이 혼용되어 왔다.

원래 파일은 문서, 리스트는 명단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파일은 리스트보다 광범위한 의미의 북한 관련 정보
문서이고 리스트는 북한과 은밀히 접촉했던 한국인사들의 명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리스트는 요사찰인물 명단 또는 요주의 인물 명단을 뜻하는 불랙리스트
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용어들의 뜻이 어떻든 황장엽씨의 귀순 목적에서 보듯이 "황파일"이
북한도발을 억제할수 있는 한국의 대응전략수립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초석 마련에 실질적인 기여가 임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손수의 "지피지기 ..."라는 망언을 되새기면서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