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바트화 폭락으로 야기된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심상치않은 것 같다.

지난 95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주변국들로 번진 소위 "데킬라"현상이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걱정들도 나오고 있고, 일본을 중심으로한 국제차관단이
2백억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지원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의 금융당국은 자국통화의
방어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동남아 외환위기는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일수 만은 없다.

소위 성장시장으로 꼽혀온 동남아 국가들이 외환투기꾼들의 공격에 휘말려
휘청거리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도 항상 존재하는 위험인데다 그동안 이들
국가와의 금융거래나 직접투자가 꾸준히 늘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피해가 적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에 만도 역외펀드를 제외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투자가
43억달러에 달한다.

뿐만아니라 현지 투자진출도 근래들어 무척 활발했던 점으로 미뤄보면
이같은 외환위기가 빨리 수습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물론 진출기업들은 사태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외화채권의 조기회수 등 상황변화에 신속히 대처할수있는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줄 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태국 바트화 위기의 본질을 규명하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동남아 외환위기의 진원지인 태국의 바트화폭락은 지난 2일 고정환율제를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것을 계기로 외환투기꾼들의 투매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지난 90년대초의 고속성장 과정에서무분별하게 유입된
외자가 부동산투기와 주식시장에 과도하게 몰린데다 지난해 수출마저
부진해 거품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환투기꾼들의 공격대상이 되어왔다고 한다.

특히 태국에 이어 투기꾼들의 공격목표가 국제수지적자에 시달리는
필리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보면 외환자유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같은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수 있는 보완책마련이 필요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물론 그 이전에 환투기의 빌미를 줄이는 국제수지 개선이나 경제 각부문의
거품제거 등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이제는 금융기관뿐아니라 기업들도 외화자산의 운용과 관리에 보다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환차손 등으로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만큼 허망한
것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국제 금융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보다 유리한 조건의 돈을 빌려
쓸수 있고 큰 수익을 남길수도 있다.

특히 경제의 세계화진전으로 환위험의 회피 등 외화자산운용은 매우
중요한 경영전략중의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