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품이 몰려온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이런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표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 깃발을 앞세운 자동차 TV 등의 상품들이
지구위를 질주하는 그림이었다.

이른바 3저 호황으로 한국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역흑자를 누리던
때의 얘기다.

10년이 지난 요즘의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인가.

"무역수지에 적신호" "수출 뒷걸음질" "떠나가는 바이어"..

아마도 지난 1년여 동안 한국경제에 대해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된
문구는 대충 이런 종류일 것이다.

한국의 수출산업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표현들이다.

수출은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으로서는 경제활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해야만 한다.

그런 수출이 작년에는 경제성장의 "족쇄"로 작용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수출이 국민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로 분석됐다.

수출이 경제성장에 마이너스의 기여를 한 것은 지난 79년과 89년에 이어
세번째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처럼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에서 족쇄로 전락하게 된 1차적인 원인은
물론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와 반도체 쇼크로 대변되는 수출주력
상품의 가격폭락에서 찾을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내재적 문제점, 즉
고임금 고금리 등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수출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곤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우리의 수출기업들이 이런 요인들에 짓눌려
사뭇 자포자기식의 의욕상실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제품에는 품질에서 밀리고 개도국제품에는 가격에서 쫓기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수출의욕을 잃고 있는게 요즘 현장의 분위기"(한국무역협회
신원식이사)라는 것이다.

아직 한국의 수출에는 희망이 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독창적인 제품개발과 마케팅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수출전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이번에 "우수 수출상품 대상"을 제정한
것도 바로 이같은 수출역군들을 찾아내 그들의 노력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전반에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한번 일깨우고
"한국수출의 르네상스시대"를 열자는게 그 궁극적인 취지다.

이번에 수상상품으로 선정된 제품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 한국의
수출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읽을 수 있다.

대상 수상품목인 (주)대교엔터프라이즈의 "에델"을 비롯 (주)산수(산수)
세원기업(그린 글래스) 태웅가스기구(코베아)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보다는 자가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또 이들을 포함, 성호실업(인라인 스케이트) 경원화성(PVC라벨) 텔슨전자
(무선전화기) 삼원FA(컨트로패널) 대한공조(냉매압축기) 등 모든 업체들이
자사제품의 주시장으로 개도국이 아닌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선진국
시장을 선택, 선진기업과 정면승부함으로써 고급품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그리고 비단 이번에 수상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이 아니더라도 포상을
신청해온 1백여개 제품들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우수한 제품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성가를 높이고 있는 제품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수출일선으로부터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반도체 철강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6월에는 2년6개월만에 월간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모처럼 되살아난 수출소생의 불씨에
"다시 뛰자"는 의욕을 불어넣는 일일 것이다.

지난 반세기간의 수출입국 신화를 다시한번 연출해야 할 때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