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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고등학교 19회 동기동창들이 열아홉 순정을 가지고 우리들의
"파라다이스" 사랑방-경동기원을 종로구 낙원동에 금년 춘삼월에 문을
열었다.

40평도 채못되는 아담한 공간을 나누어 사랑방과 경동기원을 만들어
놓고 매달 19일 19시에 동문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동심으로 돌아간다.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정들었던 경동고등학교 교정을 떠났던 그리운
동문들이 새치(?)가 희끗희끗하여 이곳에 다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날을 향하여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는 회상할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예수님과 바둑 뿐이다.

우리들에게도 바둑을 통하여, 동기생들의 모임을 통해서, 죽었던 19살의
순정을 되살리고 추억을 회상하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랑방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에 동문들이 뜻을 같이하고 이흥섭 (현재 19회 동창회장)동문이
사재를 털어 사랑방-경동기원을 만들어서 동창회에 헌납했다.

처음엔 다소간 산고의 아픔도 없지 않았으나 기우회 결성 등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한 동기회 임원진과 19회 골프모임 등의 간부들 그리고
뜻있는 동문들의 노고로 사랑방-경동기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 경동고등학교 19회 동문들은 저녁에 심심하고 갈곳이 없다고
걱정할 이유가 전혀없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 사랑방-경동기원은 여러분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을 아는 동문들은 서로서로 바둑을 통해 수담을 즐길 수 있고 바둑을
모르는 동문들은 사랑방에서 대화의 광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방-경동기원은 창업되었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수성도 중요하다.

우리 19회 동문들의 행복의 보금자리 사랑방-경동기원은 나날이 즐거움을
더할 것이며 영원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