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런 친구들은 단도직입으로 나오지 않고 술수를 쓴다.

지코치의 추측은 맞는다.

그는 주머니에 녹음기를 숨기고 왔기 때문에 함부로 지꺼리지 않는다.

아니 야쿠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이 날까봐 겁도났다.

"지난주에 남미와 태평양 여행을 다녀 오셨지요?"

"아니요"

"기록에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요"

"도대체 누구신데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물으십니까? 나는 범죄를
저지른적도 없고 사장님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도 없읍니다"

지영웅이 다부지게 나온다.

윤효상은 동명이인에게 잘못온게 아닌가 한다.

"지영웅씨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러면 맞아요. 당신은 여행사에서 패키지로 팔고 있는 남미와
태평양을 도는 여행에 그룹투어를 했어요"

"나는 당신에게 그러한 사생활을 털어 놓은 의무가 없읍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군데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읍니까?"

그러자 윤효상이 전법을 바꾼다.

아니 자기가 자기 성질을 컨트럴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나는 김영신의 남편이요. 김영신이 누군지도 모른다고는 안하시겠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고분 고분 누구를 안다 모르다 대답할
의무가 없소이다"

겉보기처럼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

영신이도 이제 늙었군.저런 야만스런 놈까지 사귀다니!

"나는 모든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내마누라와 간통을 한 것도
안다구"

그러나 지영웅은 이런 고자질은 민영대가이드가 한거라고 직감했다.

그러나 지영웅은 득의의 미소를 날린다.

한번도 민영대 가이드는 자기와 영신이 러브메이킹하는 현장을 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 만만하게 드러댄다.

"사장님, 함부로 넘겨집지 말고 부인이 바람을 피우거든 왜 바람을
피우는가?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조용히 둘이서 집안에서
해결하시요.

억울하게 아무나 붙들고 실수하지 말구요"

그는 오히려 역반하장으로 윤효상을 가르쳐서 돌려 보낸다.

어디서 이런 뱃장이 생길까?

"당신의 부인과 동침하고 정사를 벌렷다는 증거를 대시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순간 그는 자기가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연습장에 나온 것을 기억해
낸다.

그는 연습장에 들어오면 핸드폰이나 삐삐를 사무실에 맡겨 놓는
습관이다.

얼른 영신과 통화를 해야겠다.

그녀의 어머니가 병원의 전화번호를 오늘은 알려준다고 했었다.

지코치는 마음이 급해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