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밥을 먹는 중에 돌을 씹었다.

조심스레 뱉어내고 먹는 중에 또 돌을 씹었다.

"돌이 많지요" 얼굴을 붉히며 민망해하는 주인의 말에 그 사람은 "아니오,
쌀이 훨씬 더 많습니다"라고 재치있게 넘겼다는 일화가 있다.

한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도산 소식, 대선을 앞두고 어수선한 정가,
화염병이 난무하는 거리, 굶어 죽어가는 북한동포들, 부실공사와 범죄 소식
등등...

요즘 뉴스만 보면 나라가 온통 잘못되어 내일이라도 망할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뉴스만을 보고 평가한다면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뉴스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

근로현장에서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하고 있으며, 어려워지고 있는 회사를
살리고자 봉급인상을 동결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뉴스에 나타나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생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이런 보통 사람들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시 돌보다는 쌀이 많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성장을 위한 아픔으로 애써 이해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지도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회
지도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지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은 게르만인보다 못하다는 로마인들이
약 2천2백년간 대로마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절제와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한 지도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무를 다하는 고귀한 신분, 권력이
있는 사람, 학식 높은 사람, 돈 많은 사람 등 오늘의 지도층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