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웃기네요. 나하고 결혼을 했지, 이 별장과 결혼을 한 것은
아니잖아요?"

"나같이 가난한 놈은 재산과 결혼을 할 수도 있어.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당신도 탐났고 당신의 집 부도 탐났었어.
이제 시원해? 내가 실토를 하니까"

그는 거의 악마처럼 웃는다.

"물론 당신도 좋았지. 그러나 진정으로 내가 탐을 낸 것은 당신 아버지의
웰스야. 내가 실토를 하니까 겁나나?"

"아뇨.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커피를 할래 그린티를 할래?"

그는 여전히 충실한 하인처럼 티를 끓여서 그녀에게 갖다 바친다.

그러나 전과 달리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조소와 절망이 넘친다.

너무도 무서운 얼굴이다.

금세 달려들어서 그녀를 목졸라 죽일 것 같은 분위기다.

그녀는 갑자기 공포에 사로잡히며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뭔가 음모가 숨어 있다.

나를 어쩌려는 것일까? 그녀의 육감은 맞았다.

그러나 이 깊은 산속에 한채밖에 없는 집에서 무슨 소리를 친들 누구
한사람 달려올 수 없다.

그녀는 공포에 질리면서 티잔을 든 손을 가볍게 떤다.

"어서 마셔. 그리고 그 핸드폰은 나한테 줘"

그는 사뭇 명령한다.

아직까지 그렇게 살기등등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영신은 더욱 몸을 옹그리면서 핸드폰을 꽉 잡는다.

"그 핸드폰 나에게 줘"

돌같이 단단하고 차가운 목소리다.

"안 주면 내가 강제로 빼앗겠어"

그는 그녀의 손목을 비틀며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잡아챈다.

그녀가 꽉 쥐고 안 놓자 잔인하게 손목을 비튼다.

남자의 완력을 당할 길 없는 영신은 얼른 말한다.

"핸드폰도 드리고 무엇이든 하자는대로 할게요"

"웃기지마. 그렇게 날렵하게 임기응변을 쓴다고 내가 속을 줄 알아?"

그는 억센 손아귀에 힘을 모아 그녀의 목을 누른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 너는 지금까지 오만불손하게 나를 멸시했어.
모욕하고 무시했어. 나도 이제는 세상이 싫어졌어. 너를 죽이면 나도
죽겠지. 살인을 하면 죽어야 되는 것이 법이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너에게 당한 모욕을 되돌려 줄까?"

"내가 당신을 모욕한 것은 당신이 재산을 빼돌리는 데만 급급해 하는게
보기 싫어서였어. 책임은 당신에게 있어"

"너는 아버지를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면서 나를 버리려고 했잖아"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