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원의 황금알을 잡아라"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4차 입찰을 한달여 앞두고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수주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에 발주되는 선박은 오는 2000년부터 투입될 오만산 LNG 운반용
4척과 인도네시아 1척 카타르 2척등 총 7척.

LNG선 1척당 건조가격을 2억5천만달러(약2천2백억원)로 볼 때
총1조5천억여원에 이르는 국내 해운.조선업계 사상 최대 프로젝트이다.

게다가 LNG선 수주는 해운사와 조선사 모두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여서 입찰에 응하는 업계의 자세에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

해운사의 경우 LNG선 1척을 운영할 경우 연간매출 4백50억원 순이익
20억원씩의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또 향후 20년이상 장기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등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조선업계에도 LNG선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손님"이다.

1척당 2천2백억원이라는 메가톤급 건조단가는 물론 최고 3년분의 일감까지
미리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조선불황으로 국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LNG 프로젝트는 "모처럼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같은 LNG선의 매력과 함께 이번 4차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방식이
종전에 비해 경쟁 지향적으로 바뀐 점도 수주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선 수주척수와 관련, 과거 실적에 따라 응찰허용 척수를 차등화했던
것에서 벗어나 해운사와 조선사 모두 2척까지로 제한함으로써 "기득권"의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따라 지난 23일 사전적격심사(PQ)를 최종 통과한 현대상선과
유공.한진.대한해운등 4개 해운사중 1개사는 1척밖에 따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상한선인 2척을 모두 따내려는 업체의 경쟁은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3차 프로젝트에서 1척에 그쳤던 한진해운과 대한해운은
사운을 건 한판 자존심 싸움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조선부문은 더욱 치열한 양상이다.

조선소의 사업수행능력 평가시 LNG수주 실적보다는 건조준비현황의 배점을
대폭 높임에 따라 신규업체의 진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3차 프로젝트에서 자격 시비가 일었던 한라중공업이 이번 4차
프로젝트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있다.

한라측은 지난해 수주 실패이후 LNG선 "목업"(실물크기의 탱크)을 제작하고
근로자들의 트레이닝을 강도높게 실시하는등 "와신상담"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조선 부문은 현대 대우 삼성 한진등 기존 4개사에 한라중공업이
거세게 도전하는 5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LNG 프로젝트의 백미는 해운사와 조선업계간의 "짝짓기".

오는 7월11일 가스공사에 사업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조.해동맹"을
어떻게 맺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특히 현대 한진과는 달리 해운사가 없는 삼성 대우 한라중공업이
유공.대한해운이 수주할 수 있는 최대 4척을 어떻게 나눠갖느냐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있다.

이 경우 삼성 대우 한라등 3개사중 1개사는 단 1척도 수주하지못하는
"참패"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해외 조선소에도 처음으로 관문을 열어놨다는 점도 4차
발주기본계획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는 조선시장 개방에 따라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사와 조선사가 별도로 등록을 한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선소 선정은 국내선사에 일임토록 해 일종의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국내선사가 외국 조선소와 짝짓기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20일 가스공사의 입찰공고로 본격화된 이번 4차 프로젝트는
<>7월11일 파트너 선정및 사업참가 신청 <>7월31일 사업제안서 평가및
낙찰자 결정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와함께 가스공사는 금년말이나 내년초께 오는 2001년과 2002년에
투입될 6척을 추가 발주할 예정이어서 국내 해운.조선업계는 97년이
LNG선으로 이래저래 바쁜 한해가 될 전망이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